국내 기관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한국물의 가산금리(스프레드)가 낮아지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수년간에 걸친 구조조정의 성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재평가되고 있기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에서 한국경제는 이미 리레이팅(re-rating)중이다.외국인의 '바이코리아(buy korea)'와 종합주가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채권은 여전히 '찬밥' 신세였다.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국내 최고의 신용등급을 자랑하는 국책은행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해외 유수 기관에 비해 0.30~0.40%포인트(5년물 기준)의 가산금리를 물어야 했다. 현대중공업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라선 민간 기업 역시 0.60~0.89%포인트(3~5년물 기준)의 높은 추가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물의 스프레드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국제금리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이기도 하지만 신용 리스크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물이 제대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외 채권 발행 잇따라 지난 8월 중 7억4600만달러(사모 발행 포함)에 불과했던 해외 채권 발행 규모가 11월 들어서는 31억4000만달러(21일 현재)로 급증했다. 정부가 지난 10월26일 처음으로 만기 20년짜리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리보+0.24%포인트)로 발행함으로써 한국물 전반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높아진 것이 기폭제였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상반기 중 GM 쇼크에 따른 국제 자금시장의 경색으로 연기됐던 발행이 일시에 쏟아진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발행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게 주요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7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데 이어 10월에는 피치도 북핵 리스크 완화,펀더멘털 개선 등을 이유로 3년 만에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렸다.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민간으로 확대돼 현대차 SK㈜ 포스코 등 민간 기업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의 등급 상향이 이어졌다. 그 결과 한국물 전반에 대한 가산금리가 줄어들면서 국내 기관의 해외 자금 조달이 한결 쉬워졌다는 것이다. 또 향후 국제 금리 상승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제2금융권도 해외 저리 자금 조달 은행권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의 해외 자금 조달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달 들어 현대캐피탈과 삼성카드는 최근 각각 4억달러의 유로본드와 3억달러의 해외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했다. 여신 전문업체들이 해외 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국내보다 저렴한 이자비용으로 장기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4억달러의 유로본드를 발행한 현대캐피탈은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0.40%포인트의 이자비용을 절감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이번 유로본드의 발행금리는 리보+0.65%포인트로 고정금리로 환산하면 연 5.50% 수준"이라며 "국내 시장의 발행금리 연 5.9%에 비해 0.40%포인트 낮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해외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BBB등급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아 여신 전문업체들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