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은행장들이 경쟁적으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괜히 외환은행 주가만 올려놓은 것 아닌지 모르겠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외환은행 매각 딜(deal)과 관련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시중은행장들의 조바심을 경계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9일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은행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고 미국계 및 유럽계 자본과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뒤엔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기자들에게 "외환은행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두 행장이 은행의 큰 전략방향을 기자들 앞에서 밝힌 진의에 대해 분분한 관측이 나돌았지만 어쨌든 두 은행은 강력한 인수후보로 등장했다. 외환은행 인수에 관한 한 제3자격인 황영기 우리금융회장은 "국민과 외환의 결합이 하나ㆍ외환의 결합보다 시너지가 클 것"이라며 훈수를 뒀고,이어 "국민ㆍ외환의 결합은 괜찮은 딜"이라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가 잇따랐다. 이처럼 은행장들이 외환은행 인수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자 정작 콧노래를 부르는 곳은 따로 있다. 외환은행의 주인인 론스타펀드다. 인수경쟁자가 많아질수록 몸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은행 주가는 최근 이틀새 10%가량 치솟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환은행의 PBR(주가순자산비율)는 1.8배로 은행주 평균(1.4배)을 훨씬 웃돌 정도로 고평가돼 있는데 이제 한 단계 더 튀어오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상장사의 M&A 가격은 시장가격(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태 결정한다. 주가가 오를수록 인수자금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51%를 시장가격대로만 인수하는데 4조5000억원이 들어간다. 지난 2003년 지분 51%를 인수한 론스타는 불과 2년여 만에 3조원 이상의 차익을 확보해 놓았다. 금융전문가들은 "M&A거래는 비밀유지가 상식인데 왜 은행장들이 공개적으로 나서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한다. 올초 제일은행을 전격 인수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은 최종 사인 한달여 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좋은 물건을 싸게 잡는 프로들의 M&A 거래는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장진모 금융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