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이 무서운 기세로 국내 출판시장 영토를 휩쓸고 있다.'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통권 72호)가 특집 '외국문학-수입된 내부'에서 한국 출판시장의 번역 도서 홍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이 특집에서 "번역소설이 '득세'했다보다 '석권'했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라며 "최근 몇 년간 출판 시장의 공급과 수요 원리는 한국 문학에 적대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집계한 전국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20권에 든 우리나라 작가의 문학 작품은 김훈의 '칼의 노래'가 유일했으며 이달 초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모모''도쿄타워''연금술사''다빈치코드' 등 외국 소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연간 납본도서 통계자료에서도 1995년 4803종이었던 번역도서가 2004년 1만88종으로 급증하면서 도서 발행 총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서 28.5%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표씨는 "외국 어문학 전공자들이 출판시장에서 번역가군으로 대거 자리잡으면서 번역 소설의 질적 수준이 향상된 데다 출판사 또한 외국 시장에서 검증된 작품을 수입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번역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문학도서 에디터십의 위기를 초래하고 다시 해외 작품 의존도를 높이는 부정적인 면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