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론은 그럴 듯하지만 각론을 들여다보면 부실한 점이 적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펀드 판매보수(수수료) 인하 방침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금감위가 판매보수 인하를 위해 꺼내든 '자산운용사의 직판 확대' 카드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별다른 실익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 자산운용사는 내년 1월5일부터 자사 펀드를 인터넷 등을 통해 직판할 수 있다. 현재는 증권사나 은행을 통해서만 팔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전체 수탁액의 20% 또는 4000억원 이내에서 직판이 가능한 것이다. 금감위는 자산운용사의 직판 펀드는 판매수수료가 없거나 극히 미미한 '노 로드(no-load) 펀드'라는 점에서 직판이 확대되면 판매사 간 가격경쟁이 치열해져 판매보수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국내 40여개 자산운용사가 4000억원씩 직판할 경우 전체 직판 물량은 16조원 정도"라며 "국내 펀드 자금 200조원 중 14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 및 법인투자자가 직판 물량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기관투자가들은 벌써부터 수수료가 싼 직판 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의 직판물량이 개인투자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물론 금감위가 직판 한도를 확대하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수는 있지만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직판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대부분 은행이나 증권 계열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령 KB자산운용이 직판을 확대하면 모기업인 국민은행 입장에선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은행이 KB자산운용의 직판 확대를 가만 놔두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직판 한도를 아예 없애거나,한도를 두더라도 기관투자가 가입분은 한도에서 빼주는 게 옳지 않을까. 펀드 수수료가 과다하다는 여론에 대책을 내놓는 건 좋지만 그게 실질적으로 개인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용석 증권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