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에 이어 국민은행도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든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6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외환은행 인수·합병(M&A) 건에 관심이 있다"고 밝혀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M&A 경쟁은 국민은행 하나은행 그리고 또 다른 후보(?) 등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강정원 행장은 외환은행 인수참여 의사를 조심스럽게 내비치면서도 "다른 은행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다"고 강조했다. 이미 인수 의사를 밝힌 하나은행에 비해 자금 동원력이 뛰어나다는 자신감이다. 하나은행이 오는 12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지주회사의 출자 여력은 거의 없다. 하나은행이 2개 이상의 외국계 자본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지난 9월 말 현재 자기자본은 11조8000억원.자기자본의 30% 범위 내에서 출자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은행은 이미 3조5000억원 이상의 인수 자금을 확보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외환은행 지분 51%의 시장가액이 4조2000억원이어서 추가적인 자금 소요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이 지난 1년 동안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 오다 전격 M&A 전략을 밝힌 것은 소매 금융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금융팀장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 다양화를 위한 M&A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소매 금융에서 입지를 구축한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M&A함으로써 외환·기업 대출 등 도매 금융의 약점을 일거에 만회,명실공히 리딩 뱅크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의 가세로 외환은행 M&A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199조원)이 외환은행(73조원)을 인수할 경우 자산 규모는 272조원으로 늘어난다. 신한지주(189조원)와 우리금융(146조원)을 리딩뱅크 경쟁에서 완전히 따돌릴 수 있다. 금융계는 국민은행 참여로 인해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신한지주도 곤혹스러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금융계 관계자들은 "신한지주가 인수 타깃을 LG카드에서 외환은행으로 틀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신한지주 우리금융 씨티그룹 등이 인수 의사를 보이고 있는 LG카드의 M&A 경쟁 구도도 뒤바뀔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제2의 금융 구조조정에서 핵폭탄으로 등장한 셈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