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국가정보원이 현대그룹의 후계자 문제와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등도 무차별적으로 도청한 것으로 검찰 수사로 공식 확인됐다.국정원은 현대그룹 관계자들의 이같은 통화내용을 비롯 대통령 친인척과 정치인 등 주요 인사 1800명을 상시적으로 도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임동원·신건씨 등 당시 국정원장은 국정원 내 도청팀이 대화체로 요약한 도청내용을 하루에 2번씩 보고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5일 이같은 내용을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적시했다.서울중앙지법도 이날 검찰의 수사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 국정원 불법도청에 개입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이들 전직 국정원장 2명은 이날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됐다. 두 사람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이들은 김대중 정부 중·후반기에 차례로 국정원장을 지내면서 감청부서인 제8국(과학보안국) 산하 감청팀을 3교대로 24시간 운용,상시적으로 국내 주요 인사 1800명을 불법 감청하는 데 관여했다.이들은 또 매일 2회(출근 직후 및 퇴근 직전)에 휴대전화 감청장비인 R2 수집팀이 수집한 감청내용을 A4용지 반쪽 분량으로 요약해 보고받았다. 검찰이 임동원 전 원장(재임기간:1999년12월~2001년3월)의 영장에서 밝힌 도청 사례는 △2000년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후계자 문제,현대아산의 대북사업에 대한 현대 관계자들의 통신첩보 △2000년 여름께 의약분업 사태에 대한 의사·약사 협회 간부 등에 대한 통신첩보 △2000년말~2001년 초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의 대북 지원 관련 통화 △2000년 말 강삼재 전 의원의 안기부 비자금 사건 통화 등 12건이다. 신 전 원장 재임 시절(2001년3월~2003년4월)에는 △2001년8월경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항의 단식 농성’ 관련 통화 △한나라당 김모 의원과 중앙일보 기자 간의 이회창 총재 당내 인적쇄신 요청 관련 통화 등 10건을 불법 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