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장녀인 노리노미야(紀宮.36) 공주가 15일 오전 도쿄 도심 데이코쿠(帝國) 호텔에서 결혼, 평민의 신분이 됐다.


여성황족이 평민과 결혼한 것은 히로히토 천황의 막내딸 시마즈 다카코(島津子) 이후 45년만이다.


이름은 남편인 구로다 요시키(黑田慶樹.40)의 성(姓)인 구로다에 유아명인 사야코를 붙인 구로다 사야코(黑田淸子)로 바뀌었다.


일본 황실의 종묘격인 이세신궁(伊勢神宮) 궁사의 주례로 턱시도와 순백 드레스 차림의 신랑신부는 아홉잔의 술을 나눠 마시는 의식과 제단에 신물을 던지는 의식을 한 뒤 백년해로를 맹세했다.


결혼 반지 교환이나 케이크 자르기 등은 없었다.


결혼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과 피로연이 열렸다.


천황 부처를 비롯 130여명이 피로연에 참석했으며 도청도 직원인 신랑의 상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 도지사가 건배를 청했다.


노리노미야 공주는 오전 10시께 리무진을 타고 황궁을 출발했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연도에 몰려 환호하는 인파에 손을 흔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의 결혼식에서와 같은 오픈카 행진은 없었다.


일본 경찰은 연도에 1천700명을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남편 구로다는 노리노미야 공주의 오빠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와 황실학교인 가쿠슈인(學習院) 동창. 어릴 때부터 황실 자손의 거처인 동궁을 드나들며 천황 부처와 노리노미야 공주를 알고지냈다.


가쿠슈인대학 법학부를 졸업했으며 자동차 운전이 취미다.


노리노미야 공주는 가쿠슈인대학 문학부 출신. 어렸을 때부터 맹인견에 관심이 커 매년 관련 자선단체의 행사에 참석하고 기부금을 내고 있다.


전통춤 실력이 뛰어나 국립극장에서 7차례 공연한 적이 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조류연구소에서 비상근으로 일했다.


두 사람은 2003년 1월 아키시노노미야가 주최한 테니스시합에서 재회했다.


이후 동궁에서 데이트했으며 전화와 e메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 지난해 결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노리노미야는 황실을 떠날 때 1억5천250만엔을 품위유지비로 받는다.


지난달에는 운전면허도 취득했다.


입주할 아파트가 내년 봄에 완공될 예정이어서 4개월가량 15평 남짓한 임대 아파트에서 임시로 살기로 했다.


노리노미야 공주의 모친인 미치코(美智子) 왕비는 "(노리노미야는) 내가 기분이 처져 있을 때 다가와 'Don't mind'라고 말해주는 아이였다"며 "나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결혼하는 딸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할 것 같다"며 딸을 보내는 심정을 토로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오후 1시부터 2시간여 이날 행사를 보도했으며 민영방송 5사는 연도에 수십대의 카메라를 설치, 노리노미야 공주가 황궁을 출발하는 장면부터 결혼식장 도착까지 생중계했다.


45년 전 평민과 결혼한 시마즈 다카코가 방송사 게스트로 나오기도 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