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금융그룹인 네덜란드 라보은행이 국내에 진출함에 따라 농수산 및 유통업 관련 금융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새로운 농수산업 관련 금융상품이 대거 나올 전망이다. 라보은행은 그동안 전세계 37개국 244개 영업점을 통해 △브라질의 고급 커피 수출망 확보 △대만 농업구조개혁 및 농가 지원 △동유럽 농업 민영화 등 전세계적으로 농수산업 관련 전략 자문서비스 및 금융사업을 펼쳐왔다. 라보은행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일반 은행과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금융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실제 국내 대형 식료품 유통업체인 H사는 이미 라보은행이 보유한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중국과 칠레 시장에서 훨씬 저렴하게 식품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기도 하다. 농수산물 생산업체 등이 해외무역 거래에 나설 경우 담배 생선 등 생산물을 담보로 자금 대출을 해주는 금융 서비스도 예상된다. 다국적 식품회사인 P사,국내 대기업 유통업체인 S사 등이 현재 파트너십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보은행의 국내 진출은 농업시장 개방을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속내이겠지만 시장개방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국내 농수산 업계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농협과 수협이 주로 농어민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금융이나 정책금융을 담당하고 있어 당분간 기업금융 위주로 영업을 할 계획인 라보은행과 시장에서 직접 충돌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보은행이 역점을 두고 있는 또 한가지 사안은 국제적인 농수산물 선물시장 설립이다. 라보은행은 한국 내 금융회사들의 협조를 얻어 향후 싱가포르 홍콩 등 일부 동남아지역에만 있는 곡물 선물시장 같은 선물시장을 2∼3년 안에 한국에도 설립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한국은 항공 물류와 해운업이 발달해 있을 뿐 아니라 농수산물 수급 불안에 따른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서 앞으로 선물거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라보은행은 국내 광양항이 수산물 수출중심기지로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광양읍 세풍리 일대 26만평 부지에 오는 2008년까지 국제 수산물 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광양경제자유구역청과 합의했다. 라보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농수산업은 '프로듀싱(producing)'에서 '프로세싱(processing)'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글로벌 경쟁에 맞설 수 있다"며 "새로운 개념의 금융 상품을 많이 개발해 한국 내 농수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석·송종현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