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부를 선출할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내 재선 그룹이 부상하고 있다. 당초 전대의 흥행을 위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당권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압도적이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제3후보론'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당의 변화와 쇄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40대 재선 그룹이 당 리더를 맡고 정,김 두 장관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지방 선거를 책임 지도록 하자는 이른바 역할 분담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향신문 조사에서 '정,김 두 장관이 전대에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42.9%로 여전히 많았으나 '두 사람이 출마하지 않고 다른 인물을 관리형 의장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답변도 25%나 됐다. 10·26 선거 참패 이후 두 사람의 맞대결을 기정 사실화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 같은 기류는 정,김 두 장관의 당권 경쟁이 가져올 정치적 이해득실과 무관치 않다. 정,김 두 장관이 정면 대결을 벌인다면 단기적인 흥행에는 성공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실(失)이 더 클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패자는 치명타를 입게 될 수 있고 승자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책임론에 휘말려 조기에 낙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 여권 유력 주자인 두 사람의 한판 승부는 대선전의 조기 과열로 이어져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 덕을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는 "40대 당 리더가 선출되면 다이내믹하고 속도감 있게 당을 운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40대 당 의장론'에 무게를 실었다. 현재 40대 당 의장 후보로는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부겸 의원과 김영춘·유시민 의원,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특보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두 김 의원은 중도 개혁파이고 유 의원과 김 특보는 진보 개혁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각이 선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