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불신이 연구에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국내외 기업체들이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분위기여서 국내에선 시험생산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고감도 나노 이미지센서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자부품연구원(KETI)의 김훈 나노광전소자연구센터장(40)은 10일 시연회에서 이 같은 아쉬움을 털어놨다. 국내 파운드리 업체를 찾아가서 시험 생산이라도 해보자고 했지만 거절당해 결국 대만의 TSMC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것. 김 센터장은 4년에 걸친 연구기간 중 네 번이나 쓰러져 병원에서 링거를 맞는 신세가 됐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연구를 마무리했다. 김춘호 KETI 원장은 "김 센터장의 성과는 세계 나노업계에 혁신을 불러올 놀라운 기술"이라며 그를 '나노업계의 황우석'으로 치켜세웠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도쿄대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KAIST에서 연구교수를 하다가 나노 이미지센서칩 개발을 위해 2001년 말 KETI로 자리를 옮겼다. -어떤 계기에서 연구를 착안했나. "1997년께 전자 디바이스를 만들어 야간에 측정을 하는데 형광등 주파수의 미미한 변화에 값(시그널)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약한 신호에서도 검출이 가능하겠구나 생각했다. 빛 알갱이 한 개를 검출할 수 있으면 세상의 모든 에너지를 검출할 수 있고 영상도 구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연구를 착안했다.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고감도 나노 이미지센서 원리는. "양자 역학을 응용해 빛 알갱이 하나로 수천 개 이상의 전자를 만들어 선명한 영상신호를 발생시키는 원리를 이용해 사람의 망막세포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나노 이미지센서를 개발한 것이다. 기존의 반도체나 검출기는 빛 알갱이 100만개 정도 이상이 들어와야 전기적 신호로 빛을 인식한다. 빛이 몇 개만 들어와도 촬영이 가능토록 칩을 설계했다." -어떤 곳에 활용될 수 있나. "거의 모든 산업에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카메라와 캠코더 CCTV 등은 물론 생체 신호가 미약하더라도 이를 검출해 질병 진단을 할 수 있는 의료기기 군사기술 등 사용처는 무궁무진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