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에 월급 줄 돈 없어요" .. 지자체들 내년 예산편성 손도 못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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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자체 세수가 6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경남 의령군 예산 담당 공무원들은 요즘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내년 제4기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데다 지방의원 유급제까지 도입되면서 예산 수요가 급증,사업비를 이리저리 쪼개 맞춰도 예산을 도무지 짤 수 없기 때문이다.
의령군 관계자는 7일 "10명의 군의원 보수와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자체 세수의 6분의 1에 달하는 10억원 정도가 지방 의원들에게 지급될 것으로 본다"며 "지방의회 예산 편성은 손도 못 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자체 재원 492억원에 재정자립도가 23.6%에 불과한 경기도 연천군. 이곳은 각 실·과별로 초긴축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데도 내년 12억원 규모의 지방선거 비용과 6억원 선으로 예상되는 지방 의원 보수는 확보하지 못했다.
행정자치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 위축으로 자체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지방선거와 지방 의원 유급화 비용으로 예산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지자체들이 내년 예산 편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원 유급제가 확정되면서 지방 의원 보수만 지금(약 1000억원)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또 내년 5월 250개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일정 규모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에게는 지자체 예산으로 선거비용을 보전토록 한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이 때문에 234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95%가 내년 예산 편성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국시군구청장협의회측은 밝혔다.
특히 농어촌지역 지자체는 상황이 더 나쁘다. 경남 창녕군의 경우 기존 의원 1인당 2100여만원이 지급되던 수당이 유급제 시행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나면 연간 2억~3억원 이상 더 필요하지만 이 부분을 예산 편성안에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경남 관계자는 "합천 함양 거창 산청 하동 남해 고성 등 군지역 지자체들도 대부분 비슷한 입장이며 통영과 밀양 등 재정자립도가 낮은 일부 시지역 지자체들도 예산 편성을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 비용도 부담이다. 재정자립도가 21.9%에 불과한 경기도 가평군은 12억원의 선거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탓에 신규 사업 추진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재정자립도가 21.6%인 동두천시 역시 10억7000만원의 선거비용을 대야 하고,재정자립도가 48.9%로 조금 낫다는 양주시도 18억원의 선거비용이 내년 예산편성의 최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관계자는 "포천 등 경기도 다른 인근 지자체들도 형편은 엇비슷하다"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지자체들은 일정 규모 이상의 표를 얻는 자치단체장 후보에게 선거비용을 되돌려주는 선거보전비용 5400억원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지방선거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토록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어 정치권에서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의원 유급제는 지자체 의원들이 요구한 사항인 데다 지방 의원 보수도 지자체 실정에 맞춰 자율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중앙정부에서 개입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