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개인회생이나 파산신청을 할 사람들의 신용정보 리스트를 갖고 있다. 이 정보만 있으면 사건 수임은 누워서 떡 먹기다. 1인당 1만원씩만 주면 전부 넘겨주겠다." T법률사무소 이 모 사무장은 얼마 전 사무실로 찾아온 한 브로커로부터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이 사무장은 손쉽게 사건을 수임할 수 있는 개인 신용정보를 한꺼번에 넘겨주겠다는 말에 넘어갈 뻔 했으나 결국 그 유혹을 뿌리쳤다. 법조 브로커들이 개인 신용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해 유통시키고 있다. 로펌 간 수임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 한 건의 사건이 아쉬운 일부 로펌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면서 불법 유통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조 브로커들이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고액 채무자들의 정보를 입수해 변호사와 법무사들을 상대로 거래를 제안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변호사와 법무사 중 일부는 이들 브로커로부터 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받아내 사건 수임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 고객층이 명확한 회생·파산 분야의 특성상 고액 채무자 리스트만 있으면 손쉽게 사건을 유치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개인회생 및 파산신청 관련 수임료는 건당 100만~130만원 정도다. 실제로 고액 채무에 시달리던 이 모씨(39)는 지난달 자신을 A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개인회생을 신청할 생각이 있으면 찾아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곧장 며칠 전 방문했던 B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해 자신에 대한 정보를 빼돌리지 않았느냐고 캐물었지만 "그런 일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B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브로커를 끼고 있는 변호사나 법무사가 불법으로 입수한 개인 신용정보 DB를 이용해 전화를 걸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개인신용정보가 주로 무료상담을 가장한 스팸메일을 통해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무료상담을 가장한 스팸메일이 폭주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신용정보 회사의 전·현직 직원들을 통해 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지난 6월 법원의 '재산명시신청'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신용정보를 빼낸 변호사와 신용정보회사 직원 등 56명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오명근 개인회생 전문변호사는 "개인회생과 파산 분야의 수임경쟁이 과열돼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라며 "일부 변호사 사무실은 불법으로 유통되는 개인정보를 통해 사건을 덤핑으로 수임한 후 소비자에게 엉터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