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 대출이 크게 늘면서 가계의 빚 부담이 다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8·3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되긴 했지만 최근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자부담 증가→소비 감소→경기 둔화'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1일 발간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금융 부채는 올 상반기 중 10.0% 증가한 반면 금융 자산은 7.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을 나타내는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49.3%로 작년 말보다 소폭 상승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25~3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이 그만큼 약화된다는 뜻이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2001년 1.09배에서 2002년 1.30배로 크게 높아진 이후 꾸준히 상승,올 상반기 중에는 1.40배에 근접한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가계의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이 밖에 상반기 중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지급이자 비율도 지난해 말(8.79%)보다 소폭 상승한 9%대 초반을 기록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지급이자 비율은 2003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나 올 상반기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되고 있는 것은 "가계 부채 조정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는 박승 한은 총재의 최근 발언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면서 저소득층의 신용 상태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중 전체 도시근로자 가구는 평균 66만7000원가량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하위 20% 가구는 33만5000원 적자를 기록했다.


하위 20% 가구의 상반기 중 취업률도 39.8%로 전체 평균(45.5%)을 크게 밑돌았다.


이 같은 영향으로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개인파산 신청 건수도 1만7000건으로 지난해 연간 신청건수 1만2000건을 이미 추월했다.


하지만 한은은 8·31 부동산 대책 이후 가계부채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러나 "경기가 3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민간 소비가 살아난 게 주요인"이라며 "최근 시장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가계의 높은 채무 부담이 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약 300조원.이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은 88.4%(265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시장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추가 이자비용만 연간 2조6500억원에 이른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