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리더가 되고 싶은 뮤지컬 배우 박철영씨(24·남)는 요즘 여성용 패션잡지를 눈여겨본다. 남성 패션에 '여풍(女風)'이 거세기 때문이다. 올해는 더위가 채 가시지도 않은 8월부터 여성들이 '웨스턴 부츠'를 신고 다니자,남성들 사이에서도 최근 부츠가 유행이다. 또 '블랙'과 '광택'으로 요약되는 올 추동 여성복 경향에 딱 맞는 소재로 '벨벳(비로드)'이 인기를 끌자,남성복에도 벨벳 소재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6일 제화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추동시즌 남화 판매량에서 '처카(chukka)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5% 미만에서 올해는 15%로 뛰어 올랐다. '처카'란 발목 위로 살짝 올라오는 길이의 부츠를 총칭하는 말이다. '웨스턴 부츠'가 청바지 등 데님 소재 옷과 잘 어울려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인 것처럼 남성들이 부츠를 신기 시작한 이유도 최근 유행 아이템들과 '믹스 매치'가 잘 되기 때문이다. 강주원 금강제화 디자인실장은 "남성 부츠 유행은 올해부터 불어 닥친 '노타이 열풍'의 영향이 크다"며 "상·하의가 똑같은 색으로 이뤄진 정장을 벗고 콤비를 즐겨 입는가 하면 재킷으로 격식은 갖추되 바지는 과감하게 청바지나 캐주얼을 입는 경우가 많아 사계절 '처카'를 신는 남자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여성복 소재로만 여겨지던 '벨벳'도 영역 침범에 가세했다. 벨벳은 짧고 부드러운 솜털이 만져지는 옷감으로 잔잔하게 느껴지는 광택감 때문에 '러시안 룩'을 구성하는 주요 소재다. 이것이 남성복에도 영향을 줘 '벨벳 재킷'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점심시간 서울의 오피스 밀집지역인 소공동 식당가는 벨벳 열풍을 실감케 하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7~8명 정도로 이뤄진 일행 중 두세 명은 광택 있는 벨벳 재킷을 입고 다니는 것.검은색 재킷을 입은 직장인 오윤환씨(38·서울 방배동)는 "솔직히 이런 소재를 '벨벳'이라고 부르는 줄 몰랐다"며 "검은색이 더 짙게 느껴져 세련돼 보이고,실크처럼 광택이 있으면서 관리하기는 편할 것 같아 구입했다"고 말했다. 장형태 제일모직 엠비오 디자인실장은 "벨벳 재킷에 스트라이프 등 무늬가 들어간 셔츠를 받쳐 입으면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입기 편한 면바지와도 코디할 수 있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