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추구+과학기술이 혁신 잠재력 폭발시켜"..김태유 혁신학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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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정부만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선진국 진입이라는 목표는 행정혁신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성장(growth)의 화두로 잡고 있는 혁신을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 학계 등의 연구와 지원이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발족한 한국혁신학회에 거는 기대는 크다.
한국혁신학회에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 등 학계 인사를 중심으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임상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등 기업 정부 언론계 인사 총 9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초대 회장인 김태유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교수(54)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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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에 있는 김 회장의 연구실은 역사책들이 서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역사학자의 방처럼 느껴졌다. 김 회장은 역사의 사례를 찾아 실험으로 대체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한다.
빼곡히 들어선 책들이 실험자료라는 것이다.
그가 혁신에 접근하는 자세도 그렇다.
'혁신이 대세'라며 막무가내로 외치는 게 아니다.
수천년 역사의 사례를 조목조목 들어 혁신의 필요성을 입증해 낸다.
"유럽 변방의 낙후된 나라였던 영국은 산업혁명이라는 인류사적 대혁신을 통해 한때 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공업생산품과 지구 영토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우뚝 섰습니다."
김 회장은 "한반도 크기 정도밖에 안 되는 영국이 팍스 브리태니커(Pax Britanica) 시대를 연 것은 인류가 처음으로 맞은 대혁신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라며 "산업사회가 지식정보사회로 바뀌면서 찾아온 두 번째 대혁신기를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세기 동안의 흥망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92명의 발기인들이 혁신학회에 동참한 이유도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음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1년 전부터 뜻을 같이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수의학),오연천 교수(행정학),오세정 교수(물리학)는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고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로 그것을 포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은 첫 번째 대혁신기 당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국토의 1100배에 해당하는 영토를 차지했다"며 "제2의 대혁신기에는 IT(정보기술),BT(생명공학기술),NT(나노기술) 대륙 등 첨단 신기술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영토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영토를 장악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이윤추구의 욕구'와 '과학기술'을 제시했다.
이윤추구의 욕구와 과학기술이 만나 불꽃(spark)을 일으켜 혁신의 잠재력이 폭발할 수 있도록 행정과 제도가 혁신돼야 선진국으로 가는 기회가 열린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 역사에서 얻는 교훈이다. 식민지 시장개척과 자본축적에만 몰두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한 반면 기술발전까지 함께 추구한 영국은 산업혁명을 촉발시켜 세계를 지배했다.
프랑스의 종교탄압을 피해 영국으로 건너온 위그노 교도 기술자들이 증기기관의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이것이 식민지시장 개척,중상(重商)주의에 의한 자본축적과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면직공업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독일이나 일본이 세계의 열강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같은 과정이 있었다.
"혁신학회의 최우선 목표는 혁신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바로잡고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김 회장은 "우리 사회에선 혁신이 처벌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어둡게 인식되고 있다"며 "혁신을 하면 영국 독일 일본처럼 발전하고 잘 살게 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혁신의 이미지가 '무지개처럼 밝고 찬란한 미래의 청사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내에 주제별로 소규모 좌담회를 열어 혁신이론을 체계화해 나갈 방침이다.
공감대를 같이하는 회원들도 지속적으로 모집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나와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3년 초부터 1년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초대)을 지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