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식품매장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지난 93년 국내에 대형 할인점이 처음 선보인 이래 '백화점은 패션,할인점은 식품'이라는 조합이 공식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발암물질 수산물,납·기생충알 김치 등 중국산 먹거리 파동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주요 백화점 식품매장의 매출이 먹거리 파동 이후 전년 동기보다 모두 10% 이상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들은 이 같은 결과가 값 싼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불신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그간 할인점에 빼앗긴 고객들을 되찾기 위해 백화점 식품매장은 고급화 전략을 써왔다. 앞으로도 이들은 '백화점 식품은 비싸지만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는 쪽으로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믿음를 통해 먹거리 파동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백화점은 친환경 농산물 행사를 잇따라 열고 소비자 감시단을 꾸려 상품 입고와 진열·판매의 전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는가 하면 생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을 운영,고객들이 직접 상품 이력을 확인해 보도록 하고 있다. 계약 재배한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만을 파는 매장을 따로 두는 백화점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친환경 농산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먹거리 파동의 가장 최근 이슈가 '김치'인만큼 이달 3일까지 본점에서 '친환경 김치 재료 모음전'을 펼칠 예정이다. 백화점측은 "모든 제품은 국립 농산물 품질관리원의 인증을 받은 상품이며,매장에서도 자체적으로 잔류농약 속성검사를 마쳤다"며 안전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 관악점을 제외한 수도권 전점에서는 친환경 감귤과 사과도 팔고 있다. 현대는 각 점별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주부 1~2명을 '민간 감식관'으로 위촉해 식품매장을 감독하도록 했다. 이들은 쇼핑을 하면서 원산지 표시,위생 상태를 점검해 백화점측에 통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매장 뒤편 창고와 채소 등을 다듬는 준비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아무 때나 점장을 불러 시정명령도 내릴 수 있다. 점장은 지적사항을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신세계는 정육코너에 VTR를 갖다 놨다. 직영농장의 전경과 한우 사육 과정,도축 및 유통의 전 과정을 담은 영상물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또한 직영농장의 한우는 바코드 입력을 통해 상품 이력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사내 상품과학연구소에서는 입점되는 수산물에 말라카이트 그린이 들어 있는지 여부를 자체 검사를 통해 가려내고 있다. 갤러리아는 아예 농가와의 유기농 계약 재배를 통해 농산물 160개 품목을 백화점 자체 브랜드(PB)로 내놓고 고객 잡기에 열심이다. 농가는 파종에서부터 수확까지의 전 과정을 백화점에 보고해야 한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