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福音)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니. 27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05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권태신 제2차관이 대신 읽은 축사에서 "종합주가지수는 1200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물가도 3% 내외로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안정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 그칠 걸 그랬다. 뒤를 잇는 '장밋빛 발언'에 참석자들의 고개가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6000달러,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1만8000달러대에 이를 것입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4162달러였으니 부총리의 말대로라면 올해 국민소득은 1800달러나 많다. 어렵다는 국민들의 하소연은 엄살인 셈이다. 그렇다고 부총리의 전망이 틀리다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거시경제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부총리는 한 가지 설명을 빠뜨렸다. 국민소득은 무엇보다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산출기준이 미국 달러화인 탓이다. 올 들어 9월까지의 평균 환율은 1019원90전.지난해 연평균 환율(1144원67전)에 비해 11% 정도 떨어졌다.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을 올해 환율로 계산하면 1600달러가량 늘어난다. 여기에 물가상승률(2∼3%)까지 계산하면 환율과 물가 효과만으로도 2000달러가량 1인당 국민소득이 많아지게 된다. 올해 성장률이 제로(0)였더라도 가만히 앉아서 1만6000달러 고지에 올라서게 되는 셈이다. 한 부총리는 전반적인 경기상황과 큰 관련이 없는 국민소득이라는 지표를 '종합주가지수 상승'과 '물가 안정'이라는 '청신호'와 같은 반열에 올렸다. 한 부총리의 의도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중들은 한 부총리의 축사를 들으며 어려운 경제환경과는 관계없이 갑자기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는 '환상'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미적미적 괜한 희망을 주기 보다는 현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해 주는 게 국민에 대한 더 큰 배려가 아닐까. 안재석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