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제 발등 찍힌 '김치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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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알이 검출되면서 시작된 중국산 김치 파동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모양이다.
'중국산'의 전방위 불량 여부는 이번 주 중으로 예고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2차 검사결과를 두고 봐야겠지만,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중국산 김치는 물론 농수산물 전반에 대한 불신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그에 비례해서 중국으로부터의 역풍(逆風)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산 김치의 일부에서만 함유 사실이 확인된 기생충 알을 갖고 너무 침소봉대한다는 게 반발의 골자다.
일각에서는 무역보복 가능성까지 흘리고 있다.
이런 참에 국내의 한 대형 유통회사가 중국산 농산물을 매장에서 전면 철수시킨 데 대해 주한 중국대사관이 "위해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취한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며 항의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쯤에서 몇가지 짚어봐야 할 게 있다.
첫째는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막연한 불안감이 남길 후유증이다.
싫건 좋건 우리나라는 전체 김치 소비량의 30% 가까이를 중국산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
대중음식점의 경우 전체의 절반가량이 직접 담그는 것보다 원가가 훨씬 덜 먹히는 중국산 김치를 그대로 수입해 손님들 식탁에 내놓고 있다.
김치 외의 농수산물과 관련 식품까지 따지면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다.
이런 형편에 검증되지 않은 막연한 불안감 확산이 가져올 파장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카더라'는 풍문만으로 자칫 식탁 전반의 '대란'이 몰아닥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중국산의 무엇이 어떻게 잘못돼 있는지를 차분하고 꼼꼼하게 따져,안심하고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사태 해결의 본질이어야 한다.
둘째는 정부가 철저한 위생관리 시스템을 서둘러 완성하는 일이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중국산 김치 소동의 최종 책임은 위생검역을 챙겨야 하는 정부 몫이다.
'납 성분'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꼬리를 이은 기생충 알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정부의 직무태만이 어느 정도인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뒤늦게 중국과의 농산물 및 관련 식품 전반에 대한 위생약정 체결과 현지 생산업체에 대한 등록ㆍ인증제 도입 등 보완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말이 아닌 실천으로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셋째는 관련 기업들의 '상도(商道)' 회복이다.
이번에 적발된 김치 수입업체 대부분이 중국 현지에 직접 공장을 운영하며 엉망투성이의 위생관리로 제 발등을 찍은 사실이 드러났다.
원가 몇 푼 아끼자고 온갖 세균이 득실거리는 작업장 환경을 방치하고,비위생적 싸구려 식자재를 가져다 쓴 천민적 행태는 결국 스스로를 망칠 뿐이라는 사실은 이번 사태가 안겨다 준 최대의 교훈일 것이다.
이 점은 중국의 항변에 대해 우리 쪽의 입장을 가장 난처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이 자기네 나라에 들어와서 만든 불량식품을 반입해 놓고서 '중국산'의 불결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어떤 설득력 있는 반론을 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미국과 유럽의 허다한 식품업체들이 중국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위생이 문제된 걸 봤느냐"는 중국 중진 언론인의 반문이 아프게 되새겨진다.
이학영 생활경제부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