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 <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부회장 >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P2P 서비스 업체인 '그록스터'(Grokster)에 저작권 침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장 전원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도구를 배포하는 사람은 저작권 침해가 이용자에 의해 이뤄지더라도 그 행위에 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어서 9월 호주 연방법원이 P2P 서비스인 '카자'(KaZaa)에 저작권 침해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렸고,최근 우리나라 법원도 국내 최대 P2P 업체에 서비스 중지 판결을 내렸다. 점점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 행위에 지재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 반영된 현상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기술적인 면에서 P2P는 기존의 서버-클라이언트 개념보다 한층 진보된 네트워크 기술로서 이를 강제하면 IT 기술 발전이 유보될 것이라는 의견이 그것이다. 또한 저작권법의 잣대만으로 P2P 서비스를 평가하면 '정보 공유'라는 P2P의 긍정적 역할이 제한돼 인터넷에서의 정보 소통 행위가 위축될 것이라는 것도 이들의 주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다수의 P2P 사이트가 진정한 정보 공유의 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P2P 서비스의 제공 목적이 합법적인 파일을 공유하는 데 있음에도 불구,현재의 P2P는 불법 파일 공유에 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SPC가 남녀 133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PC에 불법 SW가 설치돼 있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 설치하였는가'라는 질문에 P2P나 와레즈 사이트로 다운받았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7.6%로 가장 많았다. 그렇다고 강제적인 처벌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P2P 서비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불법으로 저작물이 유통되는 상황을 해결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P2P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이곳에서 오가는 저작물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몇몇 P2P 업체에서는 자체 검열 시스템을 그 방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은 저작권자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일반적인 적용이 어렵다. 따라서 P2P 업체와 저작권자,관련 단체들이 이러한 기술 방안을 긴밀히 논의할 수 있는 협의 기관이 조속히 갖춰져야 한다. 이 기관을 통해 저작권 필터링 기술이 공동으로 개발되고 미래 P2P 서비스의 합리적 유료화 모델이 제시된다면 P2P 업체와 저작권자,P2P 개별 이용자 모두 안심하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IT 강국의 면모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우리나라 P2P 사이트가 진정한 정보 공유의 장으로 환골탈태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