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의 방송운용시간 자율화 방안을 놓고 공방이 펼쳐졌다. 24일 오후 서울 방송회관 회견장에서 열린 '지상파방송 운용시간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지상파방송 운용시간 단계적 확대에 대해 찬성과 유보로 의견이 나뉘며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에 나선 양한열 방송위 자상파방송부장은 "세계 어느 나라도 방송 시간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전면적인 허용보다는 우선 낮시간 방송 허용을 통한 연착륙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양 부장은 "방송시간 전면 허용을 논의할 때마다 지상파방송의 독과점 문제가 거론돼왔지만, 이미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매체, 뉴미디어 시대를 맞고 있다"며 "대기업 및 통신, 외국 자본 등이 방송 시장을 넘보고 있어 지상파방송이 독점적 우위를 점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전제했다. 지상파방송사로서 누려왔던 정치적 영향력은 감소하는 추세인 데 비해 전통적 의미의 공공성과 공익성 의무는 지속돼왔다는 것. 이러한 책무를 잘 이행하기 위해 적절한 보상과 지원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양 부장은 이어 "기존 지상파방송 사업자에게 새로운 특혜를 준다는 의미보다는 그동안 합리적 논거가 약한 규제를 풀어 시청자에게 보편적 접근권에 대한 서비스를 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방송위 차원에서는 허용하기로 한 의지를 엿보게 했다. 현재 전파법 시행규칙에 따라 지상파방송사들은 평일에는 15시간(오전 6시~정오, 오후 4시~익일 새벽 1시), 토요일 및 공휴일에는 19시간(오전 6시~익일 새벽 1시)의 방송 운용시간을 허가받고 있다.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9명의 토론자들은 각기 처한 위치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자율화 찬성 = 찬성자들의 논거는 방송 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광고 수익의 증가 및 프로그램의 공익적 의무를 위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한국광고주협회 김기원 사무국장은 "산업의 자율성과 경쟁을 보장해야 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산업발전이 이뤄진다"고 전제하며 "지상파DMB도 허용된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의 운용시간을 규제하는 건 정책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고주 입장에서도 "매체 다양화와 함께 동일 매체의 다양한 활용 역시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성재 청주방송 편성제작국장도 "케이블TV 등 유료 가입 시청자가 80%를 넘는 상황에서 낮시간에 유일하게 볼 수 없는 채널이 지상파방송이라는 건 문제가 있다"며 "지역의 경우 노인, 농촌, 여성, 청년 실업계층 등 뉴미디어 소외계층이 상당히 많다.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밤시간대보다 낮시간대에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임 국장은 "지역방송의 의무 편성비율을 맞추는 건 지금도 한계가 있는데 전면 허용되면 더욱 맞추기 어렵다"며 의무 편성비율을 낮춰주거나 폐지해주길 요구했다. 윤석년 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아예 "방송위에서 이미 2003년 1월28일 공청회 이후 2005년 가을 개편 때 전면 시행하자고 했는데 아직까지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1960~70년대 독재정권 하에서의 방송 규제가 여전히 시행중인 게 이상할 정도"라며 "방송시간이 늘어난다 해도 광고 수익이 단번에 늘어나는 것이 아닌데도 각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자율화 반대 및 유보 = 당장의 전면적인 방송시간 허용에 대해 반대 또는 유보 주장을 펴는 측은 대부분 매체간 형평성 문제와 광고 수익의 독점화, 프로그램 질 하향 가능성 등의 문제점을 들고 나왔다. 한상희 경실련 미디어워치 모니터팀장은 "현재 주말 오후 1~4시도 재방송으로 편성하고 있는 상태에서 주중 방송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프로그램 질적 성장을 이루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케이블TV가 등장한 지 10년이 되도록 아직까지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상파방송사들은 케이블TV의 위협적인 추격을 받고 있다고 아우성인 형국"이라고 말했다. 박영환 드림시티방송 대표이사는 "케이블TV 업계가 반대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방송위가 정책을 밀고 나가려는 인상"이라고 비판하며 "지상파방송 경영 수지가 나쁘지 않았다면 이런 토의를 안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상파방송이 안고 있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어가는 게 아니라 이는 단기적 방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택환 중앙일보 기획위원은 "방송과 관련한 최근의 사태를 보면 국내 시장을 둘러싼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라며 "범국가적 차원에서 미디어위원회를 만들어 그중 하나로 종일방송이 가능한 지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역시 "방송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시청자 입장에서 선택의 기회가 늘어나며, 프로그램이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방송시간이 자율화된다고 해서 의무편성비율을 낮추는 건 절대로 안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양한열 부장은 토론자들의 발언이 끝나고 난 후 "전면적 자율화보다는 연착륙이란 측면에서 우선 낮방송을 허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며, 방송시간 자율화가 방송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를 풀겠다는 게 아니라 시간 규제만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거듭 밝혔다. 방송위는 11월 중 지상파방송의 운용시간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양 부장은 "현재 일정대로 원만히 추진된다 하더라도 12월1일 지상파DMB방송 실시에 맞춰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