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7일 일본을 방문,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과 한·일 외무장관 회담을 갖는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지난 17일 야스쿠니 신사참배 강행으로 사실상 모든 대일 외교 일정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일주일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외교부는 특히 일본 정부의 사죄나 재발 방지 약속 등 신사참배와 관련한 어떠한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반 장관의 일본 방문을 결정,'오락가락 외교'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반 장관은 지난 19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을 통해 "현 단계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달 말로 예정됐던 외무장관 회담이 사실상 취소됐음을 시사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입장 번복의 배경과 관련,"양국 간 정치관계가 경색되는 것과 별개로 외교 책임자 간 대화통로는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부 차원의 협의가 있었다"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반 장관의 이번 방일은 다음 달 초 예정된 제5차 6자회담 사전의견 조율과 같은 달 18~19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며 "일단 외무장관 회담을 해보고 그 다음에 개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문제와 관련,최근 일주일간 일본측과 물밑 교섭을 벌여온 사실이 없으며 우리 정부의 종합적이고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