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제5차 6자회담에 무조건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7~20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21일 도쿄에서 가진 방북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초청,핵 관리 방안에 대해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리처드슨 주지사는 전했다. 최근까지는 다음 달 18~19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관련국 간 외교일정 등의 이유로 제5차 6자회담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북한의 적극적인 참가의사 표시로 제5차 6자회담은 예정대로 다음 달 초 베이징에서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 같은 결정과 함께 차기 6자회담을 전후로 관련국 간의 정상회담도 연이어 예정돼있다. 이에 따라 11월은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이행단계를 논의하기 위한 숨가쁜 외교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경우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달 말 방북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높은 중국과 러시아 정상의 북한 방문은 차기 6자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리처드슨 지사도 방북 기간 중 북한이 경수로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고 말해 이번 6자회담의 최대 쟁점이 될 '선(先) 핵포기,후(後) 경수로 제공'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6자회담 당사국 중 북한을 제외한 5개국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는 다음 달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한.러,한.중 양자 정상회담 일정도 잡혀있다. 이에 앞서 중국의 6자회담 차석대표인 리 빈 북핵담당 대사가 지난 18일 방북,공동성명 이행 방안을 사전조율한 데 이어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도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미국에서 5차 6자회담의 일정과 의제를 협의하는 등 활발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와 관련,"관련국 간 6자회담이 정상적인 개최와 진전을 위한 활발한 협의가 회담 전반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련의 사전협상 등을 통해 6자회담의 윤곽이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