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들면서 청담동 압구정동 등 서울의 고급 패션가는 악어가죽 소품으로 멋을 낸 '업타운 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악어 지갑은 기본. 옆구리에 커다란 핸드백을 끼거나 무릎 길이의 롱 부츠를 신어야 '이 동네 사람'으로 인정해줄 정도다.


덕분에 유명 브랜드 '대박 리스트'의 맨 윗줄을 악어제품이 석권하고 있다.


프라다의 경우 악어 핸드백이 매장당 하루에 한 개꼴로 팔리며 매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구치는 악어 핸드백이 나오자마자 매진되자 이탈리아 본사에 추가 주문을 한 상태다.


페라가모는 악어가죽 제품의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2배 더 늘렸고,카르티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악어 핸드백을 시장에 선보이며 대박경쟁에 가세했다.


아예 악어가죽만 취급하는 전문브랜드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들여온 콴펜,독일의 콤테스,이탈리아의 로레타 등 최근 문을 연 가게만도 예닐곱 개에 이른다.


악어 아이템의 값은 천차만별이다.


가로 30cm 정도 중간 크기의 핸드백은 보통 400만~600만원대.하지만 비슷한 모양과 크기라도 브랜드에 따라 서너 배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프라다 제품은 1000만원을 웃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악어가죽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패션전문가 김지영 실장(컴플리트 K)은 '희소가치'에서 그 답을 찾는다.


"악어가죽은 문양이 예쁘고 가죽이 질긴 장점도 있지만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진짜 이유는 희소성 때문입니다.


타조 가죽이 그 예죠.한때 공급이 달릴 때는 악어 못지 않게 비싼 가격에 거래됐지만 타조 사육이 늘어나면서 럭셔리 패션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죠." 특히 4~5년에 한 번 정도만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바다악어가죽의 경우 수천만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라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예물 수요가 많아진 것도 악어가죽 붐의 배경 중 하나다.


김광호 콴펜 이사는 "혼수로 악어가방을 준비하는 고객이 부쩍 늘어났다"며 "예전엔 유명 브랜드의 소가죽 가방 두 개를 함에 넣었다면 요즘은 그 예산으로 악어가죽 가방 하나를 사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명품 시장 자체의 고객 연령대가 한층 젊어진 점,그에 따라 디자인과 소재 터치가 다양해진 점 등도 악어가죽 인기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가죽에 주름을 잡거나 옆선을 물방울 모양으로 처리하는 등 여성적이면서도 섬세한 디자인이 많이 나와 있다.


또 소재 자체를 블루진 또는 누박 느낌이 나도록 가공하고 다채로운 컬러로 염색하는 등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각종 세공법이 발달하면서 20~30대 젊은 층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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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가죽 상식>


1.크게 앨리게이터와 크로커다일로 나누어짐. 현재 가장 선호되는 가죽은 나일 크로커다일


2.악어의 중앙복부(센터 컷)가 미적으로 가장 가치가 높다


3.크로커다일 가죽 중 최고는 '싱가포르 스몰 스케일'로 불리는 바다 악어. 시중 악어 핸드백 5백 개 중 하나


4.일반적으로 싱가포르의 가공 및 마무리 기술을 세계 최고로 쳐준다


5.UN에서 공식발급된 싸이테스(CITES, 공인 민간 상업기관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증명서가 있어야만 합법적으로 수입된 제품


6.환경청의 수입심사 및 승인과정을 거쳐야 세관통관 가능


설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