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벤더빌트대학 리처드 올리버 교수는 저서 '바이오테크 혁명'에서 바이오시대 제1경제 법칙으로 특허 등 지식이 날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고 했다. 자고 나면 새로운 바이오 뉴스들이 넘쳐대니 그의 말이 정말 법칙으로 대접받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팀이 불임치료에 쓰다 남은 냉동잔여배아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기술로 미국 특허를 따냈다. 줄기세포 제조와 관련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사실 그동안 줄기세포 연구에 앞서 간다면서도 정작 원천기술에 대한 국제특허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만약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복제 이용 배아줄기세포 제조까지 특허를 획득하면 그런 걱정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배아줄기세포에 대해 윤리 문제를 제기해 왔던 가톨릭계가 얼마전 성체줄기세포 연구분야에 100억원을 지원키로 한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윤리 논쟁이 대안 경쟁으로 바뀐 것이다. 소모적인 논쟁보다 성체줄기세포 지원이 훨씬 더 영향력 있는 선택으로 보인다. 배아복제 이용 줄기세포,냉동잔여배아 이용 줄기세포,성체 줄기세포 등은 각기 장·단점이 있는 만큼 연구팀들은 그 단점을 극복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세계 줄기세포 허브 개소식이 서울대 병원에서 열렸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윤리적 부담을 떠안고 전세계에 세포주 공급이나 하라는 얘기 아니냐는 비판도 하지만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줄기세포 연구의 세계적 중심지로 부상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줄기세포 연구는 바이오의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연구자들의 노력이 그 자체는 물론이고 전체 바이오에도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 평가할 만하다. 여기에 코스닥의 문호 개방으로 바이오기업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신약물질 개발업체 등 3개 바이오기업들은 기술성이 인정돼 상장조건 중 경상이익 시현, 자기자본이익률(ROE) 5%라는 충족요건을 면제받음으로써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바이오기업의 특성을 감안한 이 규정이 앞으로 적극 활용되면 코스닥 바이오기업들의 스펙트럼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바이오는 과연 성장산업으로 만개(滿開)할 것인가. 이 물음에 이르면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도 바이오는 기본적으로 상업화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그런 산업이다. 따라서 줄기세포든 신약이든 7~10년 정도는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의욕 넘치는 연구자들,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들을 떠받쳐줄 인내심 있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거품이나 머니게임이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바이오를 기대한다면 더욱 그렇다. 작년 4분기 미국 벤처캐피털이 전 분야를 100으로 했을 때 정보기술과 바이오에 투자한 비중은 각각 52.9%와 31.5%였다. 우리나라는 작년 전체로 볼 때 55.7%와 2.6%였다. 바이오 시대를 말하기엔 그 비중이 너무 작고, IT와 BT의 융합을 강조하기엔 너무 불균형적이다. 그나마 2.6% 중 7년 이상 묶여 있어도 되는 인내자본이 얼마나 되는지는 말 안해도 짐작이 갈 것이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