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6일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표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에서 머문 휴일 하루 만에 즉각 수리키로 발표한 것과 사표수리 배경 설명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강한 분노가 드러난다. 청와대의 격노는 김 총장뿐 아니라 '일부'라고 규정한 중도보수 성향의 일선 검찰로도 향했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임기제인 검찰총장의 사표제출이 검찰권의 독립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거듭 말했으며 "이번 사안이 과연 총장이 사표까지 낼 만한 사안이냐"고 반문했다. 외형적으로는 천정배 법무장관의 '지휘'를 수용한 모양새지만 내용적으로는 항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내비친 대목이다. 문 수석은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검찰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은 법 논리로 볼 때 대단히 부당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검찰권 독립은 검찰이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아래서만 보장되는 것이며,검찰의 판단이 항상 옳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검찰과 상급기관인 법무부 및 청와대,검찰과 정치권 사이의 관계정립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시사되는 내용도 언급됐다. 문 수석은 "우리 헌정제도상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제도적 장치는 두 가지로,국회의 검찰총장 탄핵과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법무장관의 검찰권 지휘"라고 말했다. 또 후임 검찰총장 인선과 관련해서도 "아직 말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그간의 관례와 달리 검찰 외부 인사 기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 검찰개혁 시도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검찰에 대한 불쾌감과 여기서 비롯되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문 수석은 "실질적으로 비검찰 출신의 법무장관에 대한 어떤 거부가 은연 중에 배어있지 않은지 염려된다. 과거처럼,검찰총장보다 선배인 검찰출신 법무장관이 이번과 같은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을 때도 검찰이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인가"라며 "검찰 내부의 동요는 적절치 않으며,좀더 깊은 검토와 숙고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천 법무장관에게 김 총장 사퇴 파문과 관련,"흔들리지 말고,장관이 중심이 돼서 사태를 잘 수습하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경남 진해의 군 휴양시설에 주말 휴식을 취하고 귀경한 직후 청와대에서 천 장관으로부터 이번 사태의 경위를 보고 받고 이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장관에 대해 신뢰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