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접속이 지연될 경우 입증책임은 이용자에게 있다는 온라인게임 약관은 무효라는 결정이 나왔다. 또 사업자가 게임이용자의 채팅 내용을 열람하도록 한 규정도 무효며,사업자가 이용자의 계정(ID)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규정 역시 일방적인 것으로 무효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온라인게임 사업자들의 이용 약관과 운영 규정을 심사한 결과 이 같은 약관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11개 업체에 대해 약관법에 어긋나는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도록 시정조치했다. 시정조치를 받은 업체는 엔씨소프트(이하 게임명:리니지),넥슨(마비노기,메이플스토리),그라비티(라그나로크 온라인),웹젠(뮤),액토즈소프트(A3),한빛소프트(탄트라),써니YNK(씰온라인),조이온(거상),CCR(RF온라인),KDN스마텍(천상의문),가마소프트(릴온라인)로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 회사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공정위는 접속지연에 대한 책임을 사업자가 아닌 이용자에게 전적으로 물리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라고 결정했다. 또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게임이 중단되더라도 4시간 이상 중단된 경우에만 보상(서비스 시간)해주는 규정도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또 아이템 현금거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원히 계정을 압류하도록 한 약관에 대해서도 무효판정을 내렸다. 미성년자가 전화나 인터넷망을 통해 이용 대금을 자동이체한 경우 법정대리인이 사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약관도 '미성년자의 법률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약관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정위의 심사결과는 그동안 이용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사업자에 유리하도록 적용해온 이용약관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조항들은 사실 독소조항으로 이용자의 불만을 사온 것들이었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 이전에는 이 같은 사실을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몰랐다. 회원 가입 때 깨알같이 적힌 내용을 일일이 읽어보고 동의하는 사용자가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게임업체는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사실상 일방적으로 업체에 유리한 조항을 앞세워 사용자를 골탕먹여 온 셈이다. 세계 최대 게임업체 EA 관계자는 "한국 게임 업체의 약관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서버가 다운돼 아이템 복구가 안돼도 업체엔 책임이 없다는 조항의 경우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환불이나 교환이 안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안재석.임원기 기자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