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크라상,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샤니,삼립식품 등을 거느리고 있는 국내 최대의 제빵 기업이자,먹거리 프랜차이즈 그룹인 SPC가 오는 28일 '환갑'을 맞는다.


그룹 모체인 삼립식품의 창업자 고(故) 초당(草堂) 허창성 명예회장이 해방 후 황해도 옹진에 제과점 '상미당'을 차린 지 꼭 60년째다.


현재 'SPC호'의 선장은 허 명예회장의 차남인 허영인 회장(56).80년대 초 삼립식품에서 분리된 성남의 작은 공장 '샤니'를 맡은 그는 고급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시장을 개척하며 20여년 만에 매출 1조원대의 식품 그룹으로 키워냈다.


지난 2002년에는 법정관리 중이던 삼립식품을 인수, 끊길 뻔하던 가업(家業)을 살려 주목받기도 했다.


허 회장이 최근 서울 역삼동 BR코리아빌딩 집무실에서 언론사 중 처음으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 샤니를 맡은 후 회사를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파리바게뜨와 같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배스킨라빈스 같은 아이스크림 사업은 모두 후발주자로 시작한 것입니다.


그저 남들처럼 해서는 이길 수 없고,대신 남들이 못했던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끄집어 낼 수 있는 '차별화'에 몰입했지요.


차별화할 때는 그저 한두 가지 해서는 안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해야 합니다.


당시 제과점은 '당'자 돌림 일색이었는데 이름부터 '파리크라상'으로 정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일종의 '블루오션'을 개척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파리크라상은 소비자들이 프랑스빵 '크루아상'을 가장 좋아한다는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발음 편의상 '크라상'으로 붙였다고 한다>


▲차별화하다보면 어려움도 많이 뒤따랐을 텐데요.


"처음이다 보니 난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 생산 라인을 만들고 보니 원료의 하나인 체리가 수입 금지 품목에 올라 있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금수품목에서 풀고 나니 이번엔 관세가 엄청나게 매겨졌어요.


그 덕분에 배스킨라빈스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고가 고급품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 주게 됐지요(웃음)."


▲힘든 과정은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배스킨라빈스는 난방시설이 잘 된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소비가 늘기 시작하더군요.


가능성을 보고 기다린 게 맞아 떨어진 셈이지요.


배스킨라빈스가 예상과 달리 잘 되니까 미국 본사에서 던킨도너츠를 함께 취급해 보라고 좋은 조건에 제의해왔습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성공비결은 무엇입니까.


"시스템과 가맹점주들이 돈을 벌어야 본사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윈-윈 마인드' 두가지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시스템이란 전산화라고 보면 됩니다.


일찍이 전산화에 나서 ERP를 업계 처음 도입했고 이를 기반으로 점포의 매출 재고 등을 실시간 파악해 생산 등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매장에 공급하는 제품 가격을 계속 낮추거나 동결했습니다.


대신 점주에 대해서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통제했어요."<파리크라상은 88년 '생지(반죽을 냉동 숙성시킨 반제품)'개발 후 가맹점 모집에 들어 갔는데 이는 빵맛을 신선하게하고 가맹점별로 동일하게 내게 해 프랜차이즈사업의 기반이 됐다>


▲회장으로서 챙겨야 할 분야가 많을텐데 어디에 가장 관심을 둡니까.


"품질입니다.


그리고 현장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점포를 자주 방문하지요." 교통 체증이 없는 주말을 골라 현장 점포를 돌아다니는 허 회장의 '현장경영'은 철저하게 밑바닥 일을 배우면서부터 싹텄다. 그는 현장경영에 대한 선친 명예회장과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대학시절 부잣집 아들이라도 사치하는 것을 싫어하던 아버님을 조르고 졸라 중고 브리사 한대를 샀습니다. 이걸 끌고 서울 곳곳을 다니면서 삼립빵의 시장현황 조사자료를 한 상자 분량으로 만들어 갖다 드렸더니 눈시울을 붉히시더군요."


▲아버지께서 남긴 말씀이 있습니까.


"삼립식품 인수 후 고맙다고 하시면서 너는 어렸을 때부터 빵을 좋아했으니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한국경영사학회(회장 김영래 충북대 교수)는 허 명예회장과 허 회장을 올해의 창업대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논문집 이름을 '창업의 효'로 지어 삼립식품 인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새로운 60년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저는 빵을 무척 사랑합니다.


파리바게뜨 점포가 한창 늘어날 때는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빵이 나오는 꿈'을 꾸기도 했지요.


앞으로 살 길도 빵의 기술 개발에서 찾고 있습니다."


허 회장은 '한마디로 빵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있느냐는 질문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SPC의 비전에 대해 해외시장 개척과 식품사업 강화로 2400개인 점포수를 2010년까지 국내외에서 5200개로 늘리고,매출도 올해 1조500억원에서 2조원대로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대담=박주병 생활경제부장


윤성민.김정욱 기자 jbpark@hankyung.com



< 허 회장 약력 >


49년 5월 황해도 옹진에서 출생


72년 2월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81년 1월 삼립식품 사장


82년 8월 미국 제빵학원인 AIB 연수


94년 1월 태인·샤니 그룹 회장


2004년 1월 SPC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