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6:03
수정2006.04.03 06:04
쌀 협상 비준(批准) 동의안에 대한 국회처리가 기약도 없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밖에서는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이 중요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주부터 제네바에서 DDA 농업협상 회의가 열리고 또 오는 12월에는 홍콩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개최될 예정으로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쌀 수출국가들과의 협상안조차 수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앞으로의 다자간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주장이 제대로 먹혀들기나 할지 정말 걱정이 앞선다.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잇달아 제출하고 있는 협상 제안서들은 관세와 보조금 감축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논란을 벌이고 있는 쌀 협상 비준안, 즉 쌀시장 개방 유예기간을 오는 2014년까지 10년간 더 연장하는 대신 국내 소비량의 4.4~9.6%에 해당하는 외국쌀을 수입하기로 한 것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들 간에는 관세 및 보조금을 최소한 우루과이라운드(UR) 때보다 더 많이 감축한다는데 기본적인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과 EU 간에는 관세감축률과 관세상한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에 대한 논의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관세 상한의 경우 인도 브라질 등 농산물 수출개도국 그룹인 G20과 미국에 이어 EU도 도입을 지지하고 있어 우리를 걱정스럽게 한다. 관세 상한이 설정되면 그 자체로 우리 농업계는 또 다시 큰 홍역을 치를 게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세부적인 부분들에서 협상그룹 간 이견차가 많이 남아 있어 협상타결이 여전히 불투명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WTO 회원국들이 홍콩 각료회의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공유하고 있다는 분석이고 보면 핵심쟁점들에 대한 타결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상주도세력들인 미국과 EU가 중간수준에서 서로 타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역시 그렇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쌀 협상안을 놓고 옥신각신할 때가 절대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비준안을 처리해 대내적으로는 농정개혁에 박차(拍車)를 가해 나가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DDA 협상이 우리 농업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각적인 협상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