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회장의 이력에는 그 흔한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이나,MBA 학위 같은 것이 없다. 대신 눈에 띄는 것은 세계 최고 권위의 제빵학원인 미국 AIB에서 1년6개월 동안의 연수 경력이다. 허 회장이 연수를 떠났던 82년 8월,그의 직위는 삼립식품 사장이었다. "회사 경쟁력은 품질에서 나옵니다. 최고경영자는 경영 마인드만으로는 안 되고 '엔지니어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제빵 학원으로 연수간 것은 이에 대한 '자기로부터의 실천'인 셈이었지요." 미국 연수는 허 회장에게 2가지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 첫번째가 '품질경영'에 대한 철학이다. 기술의 중요성에 눈을 뜬 그는 빵을 먹지 않으면서 만져 보고,냄새 맡고,속을 갈라보는 정도만으로도 빵의 굽기,발효 여부,물과 소금의 적정배합 등을 평가해 낼 수 있을 정도의 전문가가 됐다. 허 회장이 프랜차이즈 사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미국 연수 때다.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사먹은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어 찾아간 곳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의 배스킨라빈스 본사.후에 배스킨라빈스 본사가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들을 제쳐놓고,샤니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도 허 회장의 사업 열정과 치밀한 사업 계획서에 감동해서였다고 한다. 배스킨라빈스와 계약 당시 허 회장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 하나. "본사에서 지역을 나눠 사업자를 선정하려고 했으나 저는 남한 전체의 사업권은 물론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조문을 들어 북한에 대한 사업권까지 미리 확보해 뒀습니다." 국내 굴지의 기업 CEO 중 1종 대형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허 회장의 운전 면허증이 그렇다. 그것도 대학 시절인 70년대 초 딴 것이다. 그의 표현대로 '아르바이트'로 삼립식품에서 일을 할 당시,빵 배송 차량인 삼륜차를 운전하기 위해서였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