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삼성전자 상무)씨 4남매에 대한 계좌추적에 전격 착수한 사실이 13일 확인돼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달 4일 법원이 이재용씨 남매에게 CB를 저가에 배정한 혐의로 기소된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에게 유죄 선고를 내리자 최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재용씨 남매의 계좌 추적에 들어갔으며 추적 범위를 에버랜드 법인계좌 등으로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중점은 (CB 저가 발행 등에 대한) 공모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계좌추적을 통해 이재용씨 남매가 에버랜드 CB를 인수한 돈이 어디서 와서 어떻게 흘러갔는지 확인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계좌도 추적 대상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계좌도 자녀들 계좌와 연결이 될 경우 필요하면 추적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재용씨 남매가 에버랜드로부터 CB를 배정받아 주식 125만4천여주(에버랜드의 주식 64%)로 전환한 1996년 12월 전후에 이뤄진 돈 흐름에 초점을 맞춰 계좌를 집중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은 12일 이재용씨 남매 명의로 금융거래가 이뤄졌던 삼성증권에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1996년 당시의 입ㆍ출금 전표 등을 찾는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이재용씨 남매가 CB 인수 대금으로 납입한 자금 96억원이 어떻게 마련됐는지 정확한 출처를 파악하고 이 돈이 에버랜드에서 실제로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공모 혐의를 밝혀나갈 계획이다. 에버랜드는 CB발행 이유에 대해 자본금 확충을 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정 안정화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했다고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재용씨 등에게 회사 지배권을 이전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CB발행이 에버랜드의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입증할 물증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검찰은 계좌추적 결과 이재용씨 등에게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그룹 비서실(현 구조조정본부 전신)이 공모한 혐의 등이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1996년 당시 28세 나이로 미국에 유학 중이었던 이재용씨나 20대 중ㆍ초반, 10대 후반이었던 이재용씨 동생 3명이 에버랜드의 CB 인수를 독자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계좌추적 결과 등을 토대로 이재용씨를 소환 조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 등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10일 부산고ㆍ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사상 필요할 경우 삼성그룹 총수 일가도 소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번에 본격화된 수사 착수 이후 핵심 사건 관계자 7∼8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으며 조만간 이들의 소환 조사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