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사상 최초로 장로 출신 당회장이 탄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성터교회(담임목사 방인성)는 올해부터 방인성 목사를 포함한 9명의 당회원(나머지 8명은 장로)이 1년씩 번갈아 가며 당회장을 맡는 장로 당회장제도를 실시 중이다. 국내 개신교에서 장로가 교단 총회장이나 노회장에 선임된 경우는 있었지만 교회 당회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회장은 보통 담임목사가 겸임하며, 개교회 중심의 개신교에서 일반적으로 목회권과 인사권, 재정권 등을 소유한 최고 권력자다. 그만큼 장로들의 진입 장벽이 높을 수 밖에 없었던 것. 신도수 약 600명의 중형교회인 성터교회는 조재진 장로를 지난 1월1일 임기가 시작된 초대 장로 당회장으로 선출했으나, 조 장로의 지병으로 6월부터는 부당회장 박용덕 장로가 당회장직을 대신 맡아오고 있다. 내년에는 박 장로가 1년 동안 당회장을 맡게되며, 방인성(51) 목사는 8년 뒤에야 당회장이 된다. 방 목사는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며,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기 위해서는 교회가 복수지도체제를 취해야 한다"며 "일부 대형교회 목사가 지나치게 신격화하고 있는 것도 당회장에 너무 권력이 집중돼 있는 제도 탓도 있다"며 파격적인 제도를 시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방 목사에 따르면, 당회장의 지나친 권력 집중화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당회장이 재정, 인사 등 모든 교회 운영에 대한 결재권을 가진 우리나라와 달리 회의를 주재하는 권한만 가질 뿐이며, 유럽에서도 장로가 당회장이 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등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영국 국제장로교(IPC)에서 안수를 받은 방 목사는 "미국에서 도입된 당회장 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권위주의와 계급주의, 독단 등의 폐단을 낳고 있다"면서 "영국에서 돌아온 1996년부터 이 같은 구상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성터교회의 새로운 시도는 교단 관계자들과 신학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목사를 성직자로, 장로를 평신도로 구분하고 있는 장로교에서는 법으로 당회장은 담임목사가 맡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교 재건총회 서울노회 임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 목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굽히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한국교회를 위한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