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도심에 자리잡은 퀸 시리킷 컨벤션 센터에서는 지난 주말부터 `2005 책 박람회'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평일에도 관람객들로 붐벼 좁은 통로를 따라 이동하기가 불편할 정도다. 관람객의 대다수가 학생이지만 어른들도 꽤 많이 눈에 띈다. 태국 주요 출판사들이 메인 홀에 설치한 전시관 중 학생들에게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곳은 바로 한국의 인터넷 소설을 주로 파는 `참사이' 출판사의 전시관이다.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 드라마에 출연했던 `비'와 송승헌 등 한국 스타들의 사진이 걸린 `참사이' 전시관에는 연일 몰려드는 고객으로 십여 명이나 되는 판매원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 곳에서는 태국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귀여니 등 한국 인터넷 소설가의 작품 번역본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 인터넷 소설을 3∼4권씩 한꺼번에 구입하는 학생들로 판매대 주변에 열기가 가득하다. 태국 일간 네이션지는 지난 10일 청소년들의 관심사를 주로 다루는 `네이션 스마트라이프'라는 별지 특집판에서 "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작가들 중 몇몇은 한국인"이라며 한국의 인터넷 소설들이 "김치보다 더 얼얼한" 맛을 태국 10대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특집은 지금 한국의 문화가 태국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매우 높다며 태국 젊은이들은 한국의 영화 TV 드라마를 보고 한국 10대 문학 작품의 번역본을 읽는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이러한 한국 책을 즐겨 읽는 것 같다며 이는 다양한 색깔의 등장인물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주제 및 줄거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한국 인터넷 소설 번역본을 출간하고 있는 `참사이' 출판사의 삿사콘 왓타나숫티웡 편집장은 "내가 좋아했기 때문에 태국 10대들도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한국 인터넷 소설의 "스토리는 독특하다. 흐름이 빠르고 인터넷 이모션(emotion)아이콘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는 청소년의 77%가 매달 1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며 이는 하루 종일 학교에 있다가 부랴부랴 저녁밥을 먹고 밤 늦게까지 도서관이나 사설학원에서 공부하는 그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꽤 인상적이라고 소개했다. 태국에서 한국 문학 작품의 가장 열렬한 팬은 대부분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이며 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한국 작가들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방콕 인근에 있는 `랏크라방 킹 몽쿳 공과대학'에 다니는 우사니 탑팀 양은 "친구들과 여동생이 왜 한국 작품을 읽는 지 의아해했으나 직접 읽기 시작한 후 내가 애독자가 됐다"며 "한국 작품들은 다르다. 캐릭터가 매우 독특하다"고 평가했다. TV 시리즈물로 만들어진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태국의 유일한 민영 TV 방송사 `iTV'를 통해 주말마다 방영되고 `풀하우스'는 `채널 7'에서 막 종영됐다. 또 최석원 원작.감독의 영화 `B형 남자친구'는 방콕 데뷔를 앞두고 있다고 네이션은 전했다. (방콕=연합뉴스) 조성부 특파원 sungb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