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서울올림픽에서 100m 금메달리스트 벤 존슨의 금지약물 복용을 밝혀낸 박종세 박사가 바이오 벤처기업 사장으로 변신해 초대형 국제 공동연구프로젝트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박종세 랩프런티어 사장은 13일 인간 유전자를 밝힌 '게놈프로젝트'에 이어 전 세계 20개국 2500명의 연구진이 참여,사람의 모든 단백질을 규명해 낼 '인간단백질프로젝트'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랩프런티어는 이에 따라 프로젝트에서 핵심 소재로 활용될 '항체'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게 됐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바이오 신약의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천억원 이상의 산업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했다. 박 사장은 지난 88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컨트롤센터팀을 지휘하며 캐나다 출신의 벤 존슨이 100m를 9초83이라는 경이적인 속도로 달려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것이 금지약물의 힘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금메달을 박탈시켜 주목받았다. 그는 2000년 랩프런티어를 설립하면서 벤처기업가로 변신했다. 인간단백질프로젝트는 스웨덴 미국 영국 등 20개국 연구진과 암젠 제넨텍 등 세계적인 바이오사가 참여한 인간프로테움기구(HUPO)가 주관하고 있다. 이 기구는 앞으로 100만개에 이르는 사람 단백질을 규명,생로병사의 원리를 밝혀내고 이를 통한 질병 치료법을 연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인간 단백질을 알아내고 기능을 분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 항체다. 랩프런티어는 HUPO의 단백질 지도 구축에 필요한 항체의 90% 이상을 개발해 제공하게 된다. 회사는 제공되는 항체만 매년 4000건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 사업본부장인 이종서 박사(이화여대 겸임교수)는 "인간의 질환 치료와 수명연장을 위한 가장 마지막 단계의 연구과정에 랩프런티어가 참여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신규 의약품 개발에 누구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IST의 유명희 프로테오믹스연구단장은 "이번 항체 공급은 한국 생명과학계의 가능성을 열어준 쾌거"라고 평가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