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동북아 물류중심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공사비 9조여원을 투입,여의도 면적(255만평)의 2배 규모로 건설 중인 부산 신항만.1단계 공사를 마치고 내년 초 문을 열 예정이지만 아직 이름조차 없다. 신항만이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지역에 걸쳐 있다는 행정구역 문제 때문이다. 부산시는 '부산신항'을,경상남도에서는 '진해신항'을 각각 고집하면서 이름을 못 짓는 바람에 핵심 국책사업인'신항'은 해외홍보도 못하고 있다. 경제와 동떨어진 행정구역 다툼으로 국가 경쟁력만 추락하고 있는 셈이다. #2.대구 엑스코(EXCO)에서 지난 5일부터 닷새간 열린 제2회 지역혁신박람회.각 지방자치단체 전시관엔 공통점이 있었다. 대부분이 전략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을 내건 것.실제 경북은 안동에 바이오단지,강원도는 원주에 800만평 규모의 바이오단지,충북은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을 각각 추진 중이다. 서울도 바이오를 전략산업으로 선정,홍릉 등에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산업자원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시·도의 전략특화산업을 취합한 결과에서도 강원 등 9개 시·도가 바이오산업을 전략산업으로 꼽았다. 초기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생명인 바이오산업.그러나 각 지자체가 저마다 바이오산업에 찔끔찔끔 돈을 쏟아부으며 재원을 낭비하고 있는 형국이다. 행정구역과 경제·산업벨트가 따로 놀면서 재원 낭비,불필요한 지역갈등 유발,지역 개발지연 등의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유비쿼터스'의 생활화,고속철도 등장,지역항공망 확장 등으로 산업 및 경제생활권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는 요즘 행정구역 만큼은 100여년 전의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말 통합이 무산된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은 행정구역과 경제생활권 불일치로 지역 성장잠재력이 잠식당하고 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청주 북문로에 위치한 두 자치단체장 집무실 거리는 2km도 안 될 정도로 가깝다. 두 시·군은 주민생활권도 같고 오폐수 정화시설 등도 함께 쓴다. 그럼에도 두 지자체가 한 살림을 차리는 데 실패한 것은 통합으로 생길지도 모를 불이익을 우려,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재정이 탄탄한 청주시와 풍부한 자연자원을 갖고 있는 청원군은 통합에 따른 지역경제발전의 시너지를 누리기는커녕 또다시 서로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250개로 쪼개져 있어 중복투자도 심각한 문제다. 지방공항만 하더라도 전국 차원의 자원배분을 고려하지 않고 지자체마다 건설하는 바람에 김포 김해 제주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공항은 만성적자 상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학계에서 제기돼 온 행정구역 개편논의가 최근 정치권과 정부 관련 부처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 모두 행정구역 개편 당위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간 회담에서도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행정구역을 개편하는 방안'(박 대표)이 제시됐다. 특히 여야는 각각 지방행정 관련 특위를 구성,16개 광역단체를 폐지하고 234개 기초단체를 인구 30만∼100만명 수준의 광역단체 60∼70개 내외로 통폐합하자는 데까지 의견을 좁혀놓고 있다. 내년 상반기 관련법을 개정한 뒤 2010년 행정구역을 개편한다는 추진일정에 대해서도 여야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도 이달 초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공론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국가경쟁력에만 초점을 맞춰 행정구역을 초광역화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막중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중국 일본 등의 도시와 경쟁할 수 있도록 행정구역을 경제지도에 맞춰 20여개 광역시로 재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도쿄권,오사카권과 중국 베이징권,상하이권 등의 인구 지역GDP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광역화된 수도권,제조업 기반의 동남권,문화·관광거점으로 한 서남권과 강원권 등으로 초광역화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방분권협의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도시의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국을 5개 초광역권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김철수·강동균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