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구베이(古北)에 자리잡고 있는 쇼핑센터 까르푸.스탠다드차타드은행 직원들이 1층 정문 앞에서 간이 로드쇼를 열고 있다.


그들은 지나가는 쇼핑객을 상대로 금융상품 판매에 분주하다.


윤소영씨(35)도 그 중 한 사람.그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가 소형 소개책자를 나눠주고 쇼핑객을 상담부스로 끌어들여 상담을 벌인다.


소맷자락이 끌려들어온 고객은 불과 2,3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자세를 가다듬고 윤씨의 설명을 경청한다.


"특별 행사기간입니다.


쇼핑객들에게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을 설명하고 각종 재테크 상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하이 주택시장에 관심 있는 한국인이 많아 하루 종일 거의 쉬지 않고 고객을 만납니다."


윤씨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맡고 있는 일은 VIP 관리팀장.이 은행 상하이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직원이다.


그는 "한국인들이 집을 살 때 모기지론 대출을 해 주는 일이 가장 많다"며 "우리 교민들이 보다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고객들에게 모기지론뿐만 아니라 상하이 부동산 시세,매매 절차 등을 컨설팅해 준다.


그렇다고 꼭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은 아니다.


입행 6개월여,윤씨는 이제 중국인들에게 모기지론 상품을 설명할 만큼 일처리에 자신이 생겼단다.


대학(상하이 복단대) 시절부터 갈고 닦은 탄탄한 중국어 실력이 큰 힘이다.


윤씨가 상하이로 온 것은 한·중 수교 2년째였던 지난 94년이었다.


당시 서울의 한 대학 2학년생이었던 그는 '중국어나 배울 생각'으로 상하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상하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중국어만 대충 해서는 이것도,저것도 안 되겠더군요.


어학연수를 마치고 아예 복단대 본과 3학년으로 편입했습니다.


상하이 주류 사회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판단에서였지요."


윤씨의 '상하이 드림'은 그렇게 시작됐다.


복단대학을 졸업한 그가 상하이에서 잡은 첫 일자리는 신문 편집이었다.


상하이의 교민 신문인 '상하이저널' 창간 멤버인 그는 줄곧 편집장으로 일해왔다.


이 신문이 상하이의 대표적인 교민신문으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윤씨의 공이 컸다.


그는 신문 편집을 하면서도 상하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올초 기회가 왔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상하이의 한국인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인 직원을 구했고 오랫동안 신문편집을 해오면서 교민사회의 인맥을 쌓아온 윤씨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다국적은행 직원이 그의 '상하이 드림'의 끝은 아니다.


그는 중국 부동산개발 분야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겠다는 더 큰 꿈을 갖고 있다.


단순한 주택거래 대출에서 벗어나 사무실 또는 아파트 단지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참여,분양과 관리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금 스탠다드차타드의 금융기법과 중국인들의 자금 운용 관행을 차곡차곡 배워가고 있다.


24살에 무작정 상하이행 비행기를 탔던 당돌한 여대생은 지금 또 다른 인생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면 기회는 온다'는 것이 윤씨의 신념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