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마쓰오 일본 마토시 시장은 지난 2월1일을 잊을 수 없다. 자신이 시정을 맡아 이끌던 마토시를 인근 하쿠산시에 흡수통합시킨 날이기 때문이다. 2003년 2월 합병협의회를 발족한 지 2년 만에 거둔 결실은 가토 시장이 단체장으로서의 사심을 과감히 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도 있었지만 통합이 오히려 득이 된다는 것을 꾸준히 설득했다. 실제 마토시는 그동안 주력산업인 농·공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껴온 터였다. 비록 마토시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이번 통합을 통해 하쿠산시의 온천 스키장 등 관광업과 연계시킬 경우 지역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통합 이후 재정효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행정구역 광역화를 통해 지방정부 차원의 '규모경제'를 이루고 교통·통신 발달로 보다 확대된 주민생활권에 부응하는 한편 행정·재정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지자체 간 합종연횡이 가장 활발한 곳은 일본이다. 1953년 9800여개에 달했던 일본 기초단체인 시(市),정(町),촌(村) 숫자는 50여년 만인 2003년 3분의1 수준인 3184개로 줄어든 데 이어 올 4월 현재 2343개로 급감했다. 일본 정부가 지자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1999년 '시정촌 합병특례법(3차)'을 만들어 지자체 합병을 추진해온 결과다. 실제 지난 3월 말 특례법 적용시한을 앞두고 미야기현 쓰키다테 등 10개 기초단체는 구리하라(栗原)시로 통합됐다. 이시카와현 마토시 등 7개 기초단체는 하쿠산시로 합쳐졌으며 니가타현 조에쓰시는 올초 14개 시,정,촌을 모아 대규모 합병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추가로 통합을 신청한 곳까지 감안하면 내년 3월 말 시,정,촌의 수는 1974개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이처럼 기초단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자 '도(都),도(道),부(府),현(縣)'으로 구성된 47개 광역단체를 10개 내외의 '도(道),주(州)'로 재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유럽지역에서도 행정구역 광역화가 20∼30년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90년대 들어 지자체 통합이 본격 추진됐다. 영국은 1992년 지방자치위원회를 설치,'광역단체(카운티,리전)-기초단체(디스트릭트)'로 운영되던 지방행정체계를 단순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 결과 웨일스의 경우 기존 8개 광역,37개 기초단체가 22개 통합자치단체(UA)로 줄어들었다. 스코틀랜드도 9개 광역,53개 기초단체가 29개 통합자치단체로 간소화됐다. 잉글랜드는 최근 33개 자치단체를 통합,대런던청을 신설했다. 독일은 통일 이전인 1968년부터 약 10년간에 걸쳐 서독 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지자체 통폐합을 실시했다. 11개 주 가운데 함부르크 등 3개 도시주를 제외한 8개 주에서 지자체 광역화가 이뤄졌다. 1968년 2만4842개에 달하던 광역 및 기초단체수는 1980년 8737개로 줄어들었다. 1998년엔 베를린 시의회가 구를 통폐합하는 법률을 제정,23개이던 구를 3년 뒤 12개로 줄였다. 최상철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낭만적인 주민자치시대를 지나 지방정부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행정구역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