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단일 세제'라는 개념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류로 인정받지 못했다. 일부 원인은 밀턴 프리드먼(케인스주의의 허점을 비판한 자유주의 경제학자)과 스티브 포브스(포브스 잡지를 창간한 비주류 공화당원) 같은 사람들이 주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현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단일세제 운동이 유럽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소식은 소득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부과해온 그리스가 내년부터 25%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재무 장관은 "세금 체계를 단일세제로 바꾸면 재정 적자 문제를 완화할 수 있고, 소득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스가 추가되면 단일세제를 채택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11개국이 된다. 이 숫자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헝가리가 현재 복잡한 세금제도를 개혁해 세율을 낮추고 단일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고,폴란드에서는 최근 선거의 쟁점 중 하나가 바로 단일세제 도입이었다. 이미 단일세율을 사용중인 에스토니아는 세율을 26%에서 24%로 한 차례 낮춘 데 이어 다시 20%로 내리는 방안을 준비중이다. 리투아니아는 33%에서 24%로 내린다는 방침이다. 도표에서 볼 수 있듯 현재 단일세율을 도입한 나라들 대부분이 지난 50년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경제 시스템을 통해 노동자의 천국을 만들어보겠다던 과거 공산주의 진영 국가들이다. 이들이 이제는 180도 바뀌어 완전한 시장 메커니즘을 따르겠다고 한다. 헤리티지 재단의 수석경제학자인 다니엘 미첼은 "그리스가 합류하면 비 공산진영에서 단일세제를 채택하는 첫 사례"라면서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이 이제는 경제 시스템을 서방에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유럽 국가들도 세금 제도 개혁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독일 정치권은 최근 총선 때 일제히 법인세율 인하를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의 경우 단일세율이라는 개념을 발명하고도 이 제도에 가장 배타적이다. 1980년대만 해도 몇몇 민주당원들이 세금 공제를 줄이고 세율을 단일화하자고 주장했었는데 이제는 좌파들에 의해 롤스로이스와 요트를 가진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사악한 발상으로 치부된다. 이처럼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다. 21세기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러시아 에스토니아 그리스로부터 이제는 우리가 배워야 한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으려면 부자들을 더 많이 만들고, 또 이들이 번 돈을 솔직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러시아를 예로 들면 과거 50%부터 시작하는 누진세율을 적용할 때보다,13%의 단일 세율을 채택한 지금 세수가 오히려 늘었다. 탈세가 크게 줄면서 러시아 세수는 2001년 28%,2002년 21%,2003년 31%씩 증가했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는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