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는 금융회사 중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꼽힌다. 수익구조는 비슷비슷한데 최근 몇 년간 우후죽순처럼 증권사가 새로 생겨났다. 은행이나 보험 등은 구조조정이다 뭐다해서 숫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증권은 반대의 길을 걸었다. 파이는 늘지 않는데 나눠 먹어야 할 입은 계속 불어났다. 게다가 주 수익원이라고 할 수 있는 수수료율은 하향 추세였다. 시장이 한 번 불붙기만 하면 10년 먹을 것을 번다던 얘기는 아주 먼 옛 말이 되고 말았다. 수수료율은 과거 거래대금의 1.5% 정도 됐지만 지금은 온라인매매 전문회사의 경우 0.025% 수준에 그친다. 회사 수가 늘어나고 경쟁은 치열해져 수입은 줄어들면서 증권회사는 레드오션의 표본이 되고 말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증권산업은 치열한 경쟁구도에 있으며,금융산업 재편방안이 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증권부문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은행은 33개에서 19개로 줄었다. 종금사는 30개에서 2개로,저축은행은 231개에서 114개로 감축됐다. 그러나 증권사는 36개에서 44개로 오히려 늘었다. 투신사도 30개에서 32개로 불었다. 이에 따라 산업집중도는 은행이 1291,생명보험사가 2642에 달하지만 증권사는 5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도가 1000 이하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것을 뜻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증권사의 각종 규제를 풀어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젠 인수합병(M&A) 등 자율적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