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LCD는 삼성전자와 함께 전 세계 LCD패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선두업체다. 올해 상반기 대형 LCD 부문에서는 시장점유율 22.0%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달성했다. 구미 사업장은 1공장을 비롯 총 6개의 생산라인을 갖춘 세계 최대규모의 LCD산업단지로 자리를 잡았다. LG필립스LCD가 세계 1위로 도약하기까지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 회사가 처음으로 사업에 뛰어들 당시 국내 LCD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국제적으로도 샤프 등 일본업체들이 독무대였다. 하지만 LG필립스LCD는 기술적 한계와 대규모의 추가투자 비용때문에 섣불리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LCD 분야야말로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1995년 8월 경북 구미공장 1라인에서 LCD 연구 착수 8년 만에 9.5인치 노트북용 LCD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모두들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업체들과의 기술격차는 멀게만 보이고 해외 바이어들은 LG필립스LCD의 제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생산 첫해 매출 15억원,영업적자 110억원의 성적표를 받아봤을 때는 참담한 기분이었다고 당시 임원들은 회고하고 있다. 돈이 없어 공장을 짓지 못하고 놀리던 구미공장 터에 보리를 심었다. "저 보리가 다 자랄 때는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며 의지를 다졌다.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한 지금 이 회사 임직원들 상당수는 아직도 당시의 보리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LG필립스LCD가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선두 업체로 올라선 데는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 덕분. 이 회사는 5년간의 기술축적 과정을 거친 뒤 2000년 세계 최초로 4세대 라인을 갖춘 데 이어 2002년 최초 5세대 라인,2004년 8월 세계 최대규모 6세대 라인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후발업체들을 따돌려왔다. 또 한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 최초의 4마스크 적용으로 높은 수율과 생산성을 달성했다. 덕분에 지난 2002년부터 4년연속 해외바이어들이 선정한 최고 고객사로 선정되는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 또 세계적인 학술심포지엄 'SID'로부터 2년 연속 '올해의 디스플레이'로 선정됐다. LG필립스LCD는 내년 상반기 완공예정인 파주 7세대 생산라인을 통해 업계의 표준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32인치,37인치 제품을 생산하는 6세대 라인을 42,47인치 라인인 7세대와 연계해 LCD TV의 표준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후발업체인 대만의 AUO,CMO 등이 LG필립스LCD와 같은 규격의 7세대 라인을 채택하고 있어 향후 40인치 TV시장의 표준경쟁에서 한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