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엔 고전적인 개념의 비교우위라는 게 없다.


기본적으로 경쟁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전쟁터의 자욱한 포연이나 병사들의 아우성도 찾아볼 수 없다.


아무도 발을 들여 놓지 않은 신천지가 비즈니스의 공간이다.


물론 "세상에 그런 곳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수없이 명멸해 간 기업들의 역사를 가만히 되짚어보면 블루오션의 실체를 느껴볼 수 있다.


그 실체는 공간이나 영역과 같은 물리적 차원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변화무쌍한 비즈니스 세계를 살아가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


모험과 도전을 서슴지 않는 기업가 정신도 블루오션이고 경쟁자의 진입을 막기 위한 창의적인 고안도 블루오션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41주년을 맞아 '블루오션'이란 화두를 던지는 것은 끊임없는혁신이야말로 우리의 성장동력을 되살릴 에너지 원천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반도체로 일어선 삼성전자는 휴대폰으로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


삼성에 휴대폰은 분명 블루오션이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물을 것이다.


"아니,휴대폰 시장에 경쟁이 없다는게 말이 됩니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애니콜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명품 전략과 바이어들 앞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를 쳐도 멀쩡하게 통화가 터지는 품질이 휴대폰의 블루오션화를 가능케 했다.


미국시장 점유율을 4%까지 높인 현대자동차는 또 어떠한가.


배기량 2000∼2500cc급 승용차시장은 세계 빅5(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도요타 폭스바겐)가 경제성 등을 이유로 거들떠보지 않던 곳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 시장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독보적인 강자로 자리잡았다.


뛰어난 원가경쟁력과 가격에 비해 월등한 품질을 일관되게 추구한 결과였다.


지금은 쇠락했지만 과거 GM이 다양한 색상과 모델을 통해 포드의 단일차종-대량생산체제를 무너뜨리는 신화를 쓴 것도 전형적인 블루오션 전략이었다.


결국 기업들에 블루오션은 어떤 신기루나 환상이 아니다.


찾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 늘 가까이 있는 것이 블루오션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직관이 가져다주기도 하고 고객들의 수요와 취향변화에 대한 꼼꼼하고도 섬세한 관찰이 이끌기도 한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대개 이런 정도의 접근법은 알고 있다.


문제는 기동력 있는 실행과 실효성 있는 성과 도출이다.


삼성 LG와 같은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모멘텀을 찾기 위해 블루오션 전략의 주창자인 김위찬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초청 강연을 듣는 등 기존 사업에 블루오션을 접목하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블루오션은 기업규모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으며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 물류 서비스 정부정책 등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MP3 단일 품목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레인콤이나 기능성 화장품을 앞세워 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더페이스샵처럼 블루오션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 기업들이 앞으로 계속 배출돼야 한국경제도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