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세어라 금순아', '장밋빛 인생' 등 꿋꿋한 '캔디형'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최근 연이어 히트하고 있다. 이런 캔디형 캐릭터에 코믹한 요소를 더한 또 하나의 드라마가 방송된다. '로맨틱 코믹드라마'를 표방한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극본 권민수ㆍ염일호, 연출 고흥식)가 그것이다. 드라마는 한 물 간 내레이터 모델 차봉심(김원희)이 중심. 노처녀 봉심은 변변치 못한 실력과 외모 때문에 '대타 전문'으로 전전한다. 돈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하지만 웬만한 시련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굳세다. 여기에 정은 누구보다 깊다. 친구가 아이를 낳다가 죽자 그 아이를 대신 키운다. 갈 곳 없는 탈북자 출신 후배 미미(리경)도 거둬 함께 생활한다. 이처럼 대단한 생명력을 지닌 봉심은 재벌가 백수 진정표(이규한)와 맞닥뜨리면서 불꽃을 튀긴다. 봉심과 정표는 우여곡절 끝에 잠시 한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코믹적인 요소가 버무려질 수 있는 터전인 셈이다. 봉심은 이들과 어울리며 역경을 딛고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 여기에 진정표의 형이자 이지적인 재벌가 후계자 진정수(오대규)가 가세한다. 오대규는 작년 말 SBS '작은 아씨들'에서 유선과 멜로 라인을 펼쳐 인기를 모은 후 거의 1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냉정하고 세련된 헤어샵 간부 역을 맡았던 이세은은 졸부의 딸 유세비 역으로 출연한다.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현실적인 성격이다. 진정표에게 마음을 빼앗긴 인물이다. 중견배우 김수미는 최근 흥행 영화 '가문의 위기'에 이어 이번 드라마에서도 김원희와 코믹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다. 부동산 재벌로 졸부가 된 조경란 역으로 유세비의 어머니다. 허웅 SBS 책임프로듀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유쾌하지만 허무하지 않은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며 "현실을 바탕으로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가 최근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돋보이는 점이 있다. 방송 전에 이미 전체 20회 가운데 10회분 대본이 완성됐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초를 다투는 스케줄 때문에 촬영장으로 '쪽대본'이 날아드는 요즘 대부분의 드라마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20회까지의 스토리도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급조되는 드라마보다는 완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드라마가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푼수 같은 캔디형 여주인공이 어려운 현실을 딛고 일어선다'는 설정은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한 차례 선보인 이미지란 점이다. 이 때문에 제작진이 어떤 차별화를 이룩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고흥식 PD는 '작은 아씨들', '퀸' 등에서 여성적인 캐릭터를 독특하고 강하게 그려내 주목 받은 바 있어 이 드라마에서도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주인공 김원희로서는 함께 출연하는 신인들과의 연기 호흡을 주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남자 주인공 이규한은 물론 내레이터모델 그룹의 신인(리경, 유다인)까지 잘 리드해서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 5일 첫 방송.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