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이틀째이자 연휴 첫날인 2일 청계천은 아침 일찍부터 구경나온 시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상쾌한 바람과 시원한 물소리가 어우러진 청계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느긋하게 `도심속 자연'을 즐겼다. 어린이들은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맑은 물과 그 위에 놓인 징검다리가 신기한지 조심 조심 징검다리를 건너며 물에 손을 담가 보기도 했다. 아들과 함께 나온 김석직(43)씨는 "청계천-한강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아내를 응원하러 왔다가 청계천을 보려고 들렀다"면서 "어릴 때 시골에서 개천을 보며 자랐는데, 청계천은 현대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옛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전교와 광통교 사이 청계천 양쪽 산책로에는 화려하고 다양한 모양의 꽃꽂이 작품 100여 점 전시돼 오가는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삭막한 도시에서 옛 시골의 정취를 느끼려고 찾아온 노인들도 많았다. 1950년대 인근 낙원동에 살았다는 신건식(75) 할아버지는 "복원된 청계천을 보기 위해 새벽에 대전에서 아내와 함께 올라왔다"면서 "옛날 청계천은 초라했는데 이렇게 아름답게 복원된 것을 보니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청계광장 인근 폭포와 모전교 등에는 청계천의 싱그러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는 시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모전교 아래서 아들의 사진을 찍던 곽봉석(38)씨는 "평소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아이가 도심에 흐르는 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청계천을 쭉 둘러보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나와 천천히 조깅을 하거나 속보로 산책로를 걸으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오전 9시에는 서울광장부터 청계천, 중랑천, 한강을 거쳐 여의도까지 달리는 `청계천-한강마라톤대회'가 열려 참가자 1만여명이 서울광장과 시청 옆 무교로를 가득 메웠다. 아들, 부인과 함께 온가족이 참가한다는 허남헌(44)씨는 "가족과 함께 청계천 구경을 하면서 뛸 예정"이라며 "도심에서 뛸 기회가 많지 않아 참가했는데 기록은 신경쓰지 않고 즐기면서 뛸 생각"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 중 일부는 청계천과 맞닿은 도로변을 통과할 때 청계천을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는 등 이날 마라톤은 경주라기보다 `달기기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이밖에 조선조 과거 재현행사(경복궁), 국악한마당과 궁중의상 패션쇼(서울광장), 정명훈 지휘 서울시향 콘서트(세종문화회관)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온종일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