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8월24일 오전,열흘 넘게 계속된 폭우로 중국 법문사의 13층 진신보탑이 무너졌다. 법문사는 당나라의 황실 사원으로 건축돼 명나라 때 재건된 중국 불교의 최고 성지.그런데 새 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지하현궁으로 통하는 입구가 발견됐다. 1113년 동안 숨겨져 있던 법문사 지하궁의 비밀 통로가 열리자 보석함에 담긴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발견됐다. '아! 부처님의 손가락 사리다!' 부처의 진신사리는 4cm 크기였고 오랜 세월 속에서 흰색과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이날은 음력 4월 초파일.뒤이어 하루 이틀 간격으로 2,3,4호 사리가 잇따라 나왔다. 4점의 손가락 사리 중 3점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양과 색깔이 똑 같은 모조품(영골사리)이었다. 이 사리들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9대 기적 가운데 4번째 기적으로 등재됐고 지금도 중국 최고의 성물로 모셔지고 있다. 당송 시대 이래 장쩌민까지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불지사리 봉양은 관례가 돼왔다. '법문사의 불지사리'(웨난ㆍ상청융 지음,심규호ㆍ유소영 옮김,전2권,일빛)는 이 불지사리와 지하궁 유물의 고고학적 발굴 작업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진시황릉''열하의 피서산장'등 베스트셀러를 낸 중국의 일급작가. 이 책에는 1000년 이상 잠들어 있던 진신사리가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부터 무게 약 3㎏의 '봉진신보살'과 '칠중보함'등 진귀한 유물들이 발굴되는 과정,그 속에 담긴 역사의 비밀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다. 법문사의 불지사리는 오는 11월(서울)과 12월(부산) 한국에서 볼 수 있다. 법보신문사 주최로 '법문사 불지사리 한국 이운 친견법회'와 '법문사 지하궁 유물 특별 전시회'가 열릴 예정.1권 320쪽,2권 344쪽,각권 1만28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