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계를 제패하기 위한 삼성의 새로운 역사(役事)가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29일 기공식을 가진 화성 2단지(29만평)는 면적이 기존 사업단지(61만평)보다는 작지만 첨단 공정과 극한 기술로 무장해 명실공히 삼성의 차세대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나갈 주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앞으로 7년 뒤인 2012년도에 책정한 반도체 매출 목표는 610억달러.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을 능가하는 수준이며 반도체 부문 매출에 비하면 무려 네 배에 이르는 규모다. 현재 주력 제품인 D램이나 플래시메모리만으로는 이처럼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없는 만큼 시스템LSI를 차세대 주력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같은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삼성 반도체사업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을 능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기공식 직후 인텔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은 메모리에서 13년째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반도체 전체에서는 세계 2위 업체"라면서 "2010년을 기점으로 세계 정상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첨단 라인의 경연장 화성 2단지에 들어설 라인은 8기가비트(Gb) 이상 대용량 낸드플래시 등 차세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300mm 웨이퍼 이상의 첨단 반도체 라인 8개(4개 건물)이다. 특히 4개 건물 중 2개 건물은 현재 상용화된 300mm 웨이퍼보다 커진 400mm 또는 450mm급 대형 웨이퍼 도입을 감안해 라인 규모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량의 대폭적인 증대는 물론 생산효율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또 차세대 나노기술 등 미래 반도체 기술의 지속적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차세대 300mm 나노기술 및 신공정 신물질 등 미래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전용라인(NRD)도 건설하기로 했다. 이 라인은 8600억원이 투입돼 복층 생산공장과 9층짜리 업무시설이 혼합된 연면적 3만5000평 규모의 초대형 복합형 반도체 연구시설로 조성된다. 내년 5월부터 본격 가동되며 4기가비트 및 8기가비트 용량의 대용량 D램,32기가비트 및 64기가비트 이상의 낸드 플래시 등 미래형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 이 라인이 완성되면 삼성전자는 P램 F램 등 새로운 메모리와 전통적인 메모리,시스템LSI 제품을 개발해 온 기존 5개 R&D 라인에 이어 총 6개의 R&D 라인을 구축하게 된다. ◆한국판 실리콘 밸리 조성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 조성에 나선 것엔 한국판 '실리콘 밸리'를 완성,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대대적 생산량 확충과 함께 미래 첨단기술 부문에 대한 조기 투자를 단행,타 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려 명실상부한 반도체 세계 톱 업체로 우뚝 선다는 전략이다. 기술총괄 이윤우 부회장은 "기흥-화성 단지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하게 R&D 생산 영업 지원시설 등의 일괄 경영체제를 갖추게 돼 집적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의사 결정이 빨라지고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능력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신규 조성 단지에 '삼성 E-Park'라는 개념을 도입,녹지율을 30% 수준으로 늘리고 1000평 이상의 대형 호수를 조성하는 등 기능 환경 미관을 고려한 친환경적인 사업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첨단 반도체 라인 인근에 장비 및 재료 업체도 적극 유치,한국판 실리콘 밸리의 외연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