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주부의 '상상 속 외출' 보여줄 것"


올해로 배우 인생 15년째인 김선경(37) 씨가 내달 7일부터 11월 6일까지 코엑스 아트홀에서 처음으로 모노드라마(1인극)에 출연한다.


지난 1991년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뮤지컬계에 데뷔한 뒤 올해 '루나틱'에 이르기까지 여러 뮤지컬 무대에 섰던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그녀만의 축복'이다.


남편과 자녀를 둔 30대 후반의 주부가 딸 아이의 과외교사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게 기본 줄거리.

언뜻 보면 안정된 삶을 사는 어느 주부의 흔한 로맨스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겠다 싶어 원남동 연습실에서 만난 김씨에게 '왜 로맨스인가'부터 물어봤다.


"누구에게나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가 사랑이잖아요. 30대 후반 주부의꿈을 '상상 속 외출'로 무대에서 실현시켜 아줌마'를 대리만족시키기 위한 것이죠."


애 키우고 직장 다니는 남편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3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외로움을 느끼면서 스스로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시점이라는 것.


일부에서 모노 드라마를 하기엔 아직 젊은 나이 아니냐는 얘기가 들려 이번엔 '왜 모노 드라마를 하느냐'고 물었다.


"제 정신이면 이거 못할 거예요. 10살 난 딸 아이에서 친정엄마, 독신 여고 동창생, 이혼녀 친구, 남편, 딸 아이 과외교사까지 7명 역할을 해야 하는데 무대에서 1명의 인격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솔직한 대답이 이어졌다.


"저에겐 큰 대시예요. 30대 후반의 연기가 묻어 나올 수 있는 나이니까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보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할 수 있을 때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또 30대가 볼 만한 공연이 없는 게 현실이구요."


자신의 연기에 대한 답변도 딱 부러졌다.


솔직한 연기가 좋다며 자신의 연기가 부족해 보이면 관객들에게 혼나겠다는 생각도 들고 잘하면 잘하는대로 칭찬받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부족한 것을 채워나간다는 점에서 공연이 무척 좋고, 그런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설명도 함께 했다.


여기에 그 나름의 행복론도 곁들였다.


"사람들은 너무 보이는 것으로 행복을 측정하는데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잖아요. 예를 들어 다리를 삐어서 몇 시간만 불편해도 평소가 행복했다는 것을 알게 되잖아요. 다쳐보면 행복을 느끼게 돼요. 행복의 90%는 이미 자신이 갖고 있어요."


"작품 중에 '살수록 쉬워지고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대사가 있어요. 코엑스 아트홀이라는 '수다 방'에서 공연을 통해 뒤를 돌아보면서 각자 열심히 살고 있는 현실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아픔도 승화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공연은 창작곡을 함께 선보여 '모노 뮤직 드라마'를 표방한다.


연출 이용균, 극본 김은미. 공연시각 화-목 오후 8시. 금ㆍ토 오후 3시와 8시, 일 오후 3시. 문의 ☎02-545-7302~4.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