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장편소설 '지붕'ㆍ'칼' 동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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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단에 몇 안되는 전업작가 중 한사람인 박상우씨(47)가 장편소설 '지붕'(지식의숲)과 '칼'(창해)을 거의 동시에 펴냈다.
'가시면류관 초상'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들이다.
'지붕'은 지붕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작가는 "수직상승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끝나는 지점인 지붕은 절대적 고독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삶의 한 복판에서 벗어나 수직으로 세상을 내려다 보면 수평공간에서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질서가 보이지 않을까.
소설은 이런 관점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지붕'의 주인공 인호는 서른세살의 작가로 희곡을 주로 쓴다.
그는 인터넷 아이디가 '해피엔딩'이라는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살인으로 종결되는 희곡을 의뢰받아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절친한 대학동창 석모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석모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가기 시작한다.
작가는 친구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악한 인간사를 다루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창작'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청계천 복원을 기념해 서울시가 기획한 '맑은내 소설선'의 일환으로 출간된 '칼'은 청계천 수표교의 어느 대장간에서 만들어진 칼을 매개로 실존인물 이재명의 짧지만 불꽃같은 삶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가 '열혈청년'이라고 명명한 이재명은 '매국노' 이완용을 처단하기 위해 거사를 일으켰다가 나이 스물셋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물.작가는 "내가 그에게 사로잡힌 것은 단지 스물둘,스물셋이라는 나이 때문이었다.
그 나이가 나를 여러 번 울렸고,그 나이 때문에 나는 여러 번 절망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열혈청년이 어째서 죽은 뒤까지도 이리 외롭고 고독하게 방치되어야 하는가"라고 썼다.
비록 거사엔 실패했지만 서슬퍼런 칼을 품고 친일파의 심장부를 향해 돌진했던 열혈남아의 삶이 100년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가 소설 속에 생생히 복원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