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리셴룽(53)이 싱가포르의 3대 총리에 임명됐을 때 국내외 언론들은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경제통 총리가 나왔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인 리콴유 초대 총리(82)의 장남으로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며 사실상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기 때문에 총리직 수행에도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에 대한 싱가포르 정계의 평가였다. 1952년생인 리 총리는 74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79년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수학했다. 84년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그는 곧바로 집권 국민행동당(PAP)에 입당,싱가포르 의회 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본격 입문했다. 리 총리는 88,91,97,2001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속 당선됐다. 90년 11월 경제담당 부총리에 임명됐으며 98년에는 중앙은행 총재격인 싱가포르 통화국 총재로 지명됐고 2001년에는 재무장관을 맡으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리 총리의 능력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검증을 받았다. 고촉통 총리 재직기간 중 부총리를 지낸 그는 외국계 은행에 대한 영업 허가를 확대하는 등 금융 개방을 주도,97년 말 동남아시아 경제를 강타한 외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이 같은 평가에 힘입어 고촉통 2대 총리는 일찌감치 리셴룽 당시 부총리를 차기 후계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아버지 리콴유의 후광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동생 리셴양도 동남아 최대 통신기업인 싱가포르텔레콤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어 리콴유 일가가 싱가포르의 정치·경제를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의 첫 부인은 심장질환으로 지난 82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3년 뒤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홀딩스를 이끌고 있는 호칭과 재혼해 3남 1녀를 두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