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제도를 운영하면서 도입한 한국어시험(Basic KLPT)이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에서 실시 중인 한국어 시험은 시험주관 기관인 세계한국말인증시험위원회(한글학회 산하)가 만들고 한글학회가 지분출자한 ㈜KLPT사가 판매하는 한국어 시험 교재를 거의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제도는 해외에 직접 투자하거나 산업설비를 수출한 기업이 현지 법인의 근로자를 국내에 데려와 기술습득 등의 목적으로 2년간 연수를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에서 연수하려는 산업연수생은 한국어 시험에서 80점(만점 200점) 이상을 얻어야 사증 발급을 받을 수 있다.


본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7월까지 6회에 걸쳐 중국에서 치러진 한국어 시험 문제와 교재를 비교 분석한 결과 교재 그대로 출제된 시험문제가 평균 74.5%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10월과 올 1월에 치러진 시험은 교재에서 문제가 100% 나왔다.


한국어 시험이 졸속으로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듣기시험(20문항)의 경우 답안의 순서만 다를 뿐 그림과 지문까지 똑같은 문제가 평균 72.5%에 달했다.


간단한 지문과 독해문제로 구성된 읽기문제(20문항)의 경우도 76.6%가 교재에서 그대로 출제됐다.


점수(만점 100)로 환산하면 듣기는 72.5점,읽기는 76.6점에 해당돼 전혀 변별력이 없는 시험이다.


중국지역 시험관리장의 한 관계자는 "한국어 시험 문제가 답안의 순서만 바꾼 채 거의 똑같아 시험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외국인을 상대로 치르는 시험이 이처럼 허술해 국가 공신력도 떨어질 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시험문제가 교재를 베낀 것이어서 응시생들이 교재만 외우고 140~160점대의 성적을 얻고 있다"며 "응시생들이 한국어의 'ㄱ' 'ㄴ'도 모른 채 입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KLPT사 이진호 사장은 "시험이 어려우면 인력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법무부 요청에 따라 시험 문제를 교재에서 100% 출제하기도 했다"며 "현재는 시험이 어느 정도 안정돼 교재 출제 비율을 낮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세계한국말인증시험위원회에 시험을 모두 맡겼으며 시험문제에 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또 "한국어 시험 80점 이상을 받으려면 적어도 하루 6시간씩,4개월을 공부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뒤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3752명으로 이 가운데 중국 국적 소지자는 모두 2060명에 달한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