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性 洙 < 한양대 교수·공법학 > 소주에 붙이는 주세율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체감경기는 아직 얼어붙고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우리 국민들 중에 이번 추석명절을 편안한 마음으로 지낸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의 세율이 인상된다는 소식은 우리를 다시 한번 우울하게 만든다. 최근 올해 예상한 세수입이 4조4000억원 가까이 부족한 상황을 놓고 이를 메우기 위해 소주와 도시가스 등에 붙이는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정부와 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고 이를 반대하는 여당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추석 직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소주가 서민들이 애용하는 술이 된 것은 일제시대에 전통적인 각 지역의 순한 술을 없애고 소주에 낮은 세금을 매겼기 때문"이라면서 "국민건강 차원에서 볼 때 독한 술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과음하는 술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획예산처는 이와 관련, 음주의 사회적 비용이 지난 2000년 기준 15조5000억원이며 주종별로는 소주가 맥주의 12배나 된다면서 사회적 비용을 적절히 반영하기 위해 증류주에 대한 세율 인상안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국가예산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하는 말들이 어쩌면 지난 1999년 소주세율을 인상할 때와 이리도 똑같을 수 있을까. 우리 정부는 1999년 WTO 주세법 판정에서 패소하자 마치 소주가 모든 사회악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세우면서 인상을 추진하였고 결국 당시 35%였던 소주세율이 현재의 72%가 된 것이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통상외교를 게을리하여 패소한 책임을 물타기하기 위해 소주로 인한 과음이나 교통사고를 내세운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니 정부는 평소에는 잠잠코 있다가 소주세율을 올릴 때만 국민건강을 보호하겠다는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하지 말고 세수부족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우선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소주세율 인상은 정부의 예산정책과 재정운영이라는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그 타당성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올해 4조원 이상의 세수가 모자라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과 그에 따르는 세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적인 경제상황은 어떠한가? 한국 경제는 2005년 1분기에 2.7%의 성장을 하는데 그쳤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최대 4%성장을 목표치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정책실패가 세수부족을 초래한 것이고 이를 서민의 부담으로 메우려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나라가 쓸 돈이 부족하면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정도이지 고통 받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야 되겠는가? 아버지 봉급이 줄면 우리의 어머니들은 어떻게 하는가? 한달에 한번 하는 퍼머를 두달에 한번으로 줄이고 아이들 학원 다니는 것 중 하나를 끊으며 내핍생활하는게 보통이지 여기저기 돈을 얻어다 빚잔치하며 살던가? 노무현 대통령은 박근혜 대표와의 회동에서 감세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정부는 하반기에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을 전제로 다시 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필요하면 만드는 식"으로 매년 남발되는 추경제도는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국가재정운영의 효율적 운영을 저해하는 것으로 차제에 관련법규를 손질해서 그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원래 세금이라는 것은 나라가 최소한의 살림살이를 위해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부끄럽게 손을 내미는 것이 그 본령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언제부턴가 국민에게 "쓸 돈이 부족하니 더 내놓으시오"라고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이번 소주세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