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직급이 높을수록 왜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신의 성과는 자신의 생산성만이 아니고 자기보다 직급이 아래인 직원들의 생산성까지 감안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과장직급의 성과는 같이 일하는 대리와 평사원의 생산성에다 자신의 생산성을 곱한 수준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최고경영자,곧 CEO의 생산성은 엄청난 의미와 파장을 가진다. 만일 자신을 제외한 모든 직원의 생산성을 곱한 숫자가 1억단위라면 자신의 생산성이 1단위 움직일 때마다 성과는 1억단위씩이나 변한다. 조직이 클수록 숫자는 커지고 CEO의 생산성이 가진 영향력은 기하급수로 증가한다.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 자신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조직 전체의 생산성은 엄청나게 증가한다.CEO의 의사결정과 방향제시에 따라 조직 전체의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고 이러한 이유에서 기업들은 CEO에게 상당한 급부도 제공하고 심지어 건강을 위한 각종 패키지도 제공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CEO들은 개인적으로 업무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몇 년 전 미국 일리노이대 의대의 교포 의학자 한 분이 시카고 근처에 거주하는 재미교포 노인들의 암 발생률을 연구한 결과를 제시한 적이 있었다. 재미교포들의 암 발병률은 미국인 전체평균보다 무려 10배 이상 높았다. 이유는 이들 교포 1세 노인들이 젊은 시절 낯선 땅으로 이주해 힘들게 자리를 잡고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기 때문이라고 이 연구는 지적한다. 젊은 시절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저항력이 약해진 노년에 가서 암 발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상당 부분 인정된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대기업 CEO들 중에는 스트레스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폐암 발병 건수가 꽤 많다. 그리고 이중 일부는 이미 명을 달리한 분도 있다.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암 발병이 기업 활동이 가져오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면 이에는 일종의 산업재해적인 측면도 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국회에서 증인선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정치적 공방은 극에 달하고 있다. 급기야는 야당대표와 현직 대통령이 거론되고 있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국정감사나 청문회를 통해 보여준 증인신문의 수준이나 태도는 익히 알려진 바 있다. 물론 성실한 자세로 임하면서 증인의 대답을 친절하게 이끌어내는 의원도 가끔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압적인 자세로 질문인지 훈계인지 구분이 안가는 이야기를 인격모독적인 내용까지 섞어 늘어놓고 증인에게는 답할 시간조차 안 주는 짜증스런 장면을 연출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제 3자가 보아도 불쾌할 정도이니 증인석에 앉은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증인석에 앉는 것 자체가 체벌이요 형벌이 되고, 증인이 아니라 피고 다루듯 감사나 청문회가 이루어지는 모습 속에서 아직도 더 성숙돼야 할 정치문화의 단면을 느낀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지나치게 많은 기업인들에 대해 증인 채택이 이루어지는 최근의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선 증인이 아니라 피고로 취급되는 부분도 문제가 되지만 무분별한 증인채택이 부지불식간에 해당 기업의 대외이미지나 기업가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사려 깊게 고려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반기업정서는 상당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기업인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기업내적인 활동만이 아니라 기업외적인 요인까지 겹쳐서 엄청난 수준에 달하고 있다. 기업인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작은 시도는 곧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라는 커다란 목표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